며칠째 밥이 넘어가지 않고, 물 한 모금을 삼켜도 곧 올라오는 날이 이어지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칩니다. 집안일을 하려고 도구를 꺼냈다가 도로 넣어 두게 되는 날, 사람들은 대개 '오늘은 그냥 쉬자'로 하루를 넘깁니다. 항암치료(chemotherapy) 중 메스꺼움과 구토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물도 못 넘기는 상태'가 하루를 넘겨 이어진다면 그때부터는 견디는 문제가 아니라 원인을 나눠 보아야 하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같은 구토라도 뒤에 놓인 사정이 다르면 필요한 조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첫째, 항암 뒤 지연성 오심·구토(delayed CINV)입니다. 주사를 맞은 당일보다 이틀에서 닷새 사이에 더 심해지는 형태가 있고, 이는 예방약을 미리 규칙적으로 쓰는 시간표에 크게 좌우됩니다. 처방받은 항구토제를 '토할 때만' 먹고 있었는지, 정해진 시각마다 먹고 있었는지에 따라 조절 정도가 달라집니다. 예방약을 다 쓰고 있는데도 뚫고 올라오는 구토(돌발성 구토)라면, 같은 계열을 더 쓰는 것보다 작용 기전이 다른 약을 더하는 방식이 필요할 수 있어 담당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둘째, 위장관이 지나가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변과 가스가 며칠째 나오지 않고 배가 부풀며, 먹은 것이 한참 뒤에 그대로 올라오거나 배가 아프면서 토한다면 변비나 장 통과 장애(bowel obstruction), 위 배출 지연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경우 억지로 더 먹이거나 설사약을 임의로 늘리는 일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으므로, 마지막 배변·방귀 시각을 기억해 두는 것이 진료실에서 큰 정보가 됩니다.

셋째, 쓰고 있는 약과 몸속 전해질(electrolyte)입니다. 마약성 진통제, 일부 항생제, 철분제, 스테로이드의 감량이나 중단, 그리고 혈액검사에서 확인되는 나트륨·칼슘·신장 기능의 변화가 구토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며칠 물조차 삼키지 못하면 그 자체로 탈수(dehydration)와 전해질 이상이 생겨, 구토가 다시 구토를 부르는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넷째, 감염과 점막의 문제입니다. 혈액암 치료나 강한 항암 요법 중에는 백혈구(특히 호중구, neutrophil)가 떨어지는 시기가 있어, 열이 없더라도 감염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입안과 식도의 점막염(mucositis), 위장관 감염, 중심정맥관 관련 문제도 구역감으로 먼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체온이 38도 부근으로 오른다면 구토보다 이쪽이 먼저 확인되어야 하는 신호입니다.

병원에 전화하기 전에 종이 한 장에 정리해 두면 좋은 항목은 다음 순서입니다. ① 마지막 항암 날짜와 약 이름, ② 구토가 시작된 시각과 하루 횟수, ③ 토한 내용물의 모습(음식물·맑은 물·노란 물·커피색·피), ④ 마지막으로 소변을 본 시각과 대략적인 양, ⑤ 마지막 배변과 방귀 시각, ⑥ 체온과 최근 며칠간의 체중 변화, ⑦ 항구토제를 언제 몇 번 먹었는지, ⑧ 배가 아픈 위치와 부풀어 있는지 여부. 이 여덟 줄이면 전화 상담에서도 다음 조치가 훨씬 빨리 정해집니다.

기다리지 말아야 할 신호도 있습니다. 24시간 넘게 물조차 삼키지 못하는 경우, 12시간 이상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 열이 나거나 오한이 드는 경우, 커피색이나 붉은 것을 토하는 경우, 배가 심하게 아프고 단단해지는 경우, 어지러워 일어서기 힘들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처지는 경우라면 다음 외래를 기다리기보다 치료받는 병원의 연락처나 응급실로 바로 문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 번에 많이가 아니라 한두 숟가락씩 자주 삼켜 보기, 차갑고 냄새가 강하지 않은 것부터 시도하기, 조리 냄새를 피하기, 처방받은 약을 정해진 시각에 거르지 않기 정도이며, 이것으로 버텨지지 않는 상태는 수액과 검사가 필요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개인의 상태와 치료 내용에 따라 판단은 달라집니다. 진료를 대체할 수 없으므로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