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해 있으면 병실이 하루의 전부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병동 밖으로 나설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깁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보낸 물건을 원내 수령대에서 찾아와야 할 때도 있고, 편의점이나 은행 창구, 다른 층의 검사실과 진료실에 다녀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길어야 십여 분인 걸음이지만, 치료를 받는 몸에서는 이 짧은 이동이 그날의 안전과 컨디션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같은 '잠깐 다녀오기'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서로 다른 네 가지 축에서 판단이 갈립니다.
첫째는 그 시간대에 예정되어 있던 치료와 검사입니다. 수액이나 항암제가 들어가는 중이라면 주입 펌프의 배터리, 관이 꺾이거나 당겨지는 문제, 알람이 울렸을 때 대응할 사람이 곁에 있는지가 함께 걸립니다. 금식 중이거나 채혈·영상 검사 순번을 기다리는 시간대에는 자리를 비운 사이에 순서가 지나가 검사가 하루 밀릴 수 있고, 회진 시간과 겹치면 그날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나가기 전에 '지금부터 한 시간 안에 예정된 일'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이 정리됩니다.
둘째는 감염에 노출되는 정도입니다. 항암치료 후 백혈구, 특히 호중구가 낮아지는 시기에는 로비, 엘리베이터, 푸드코트처럼 사람이 몰리는 공간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스크 착용과 손위생, 붐비는 시간대를 피하는 선택, 앉을 자리와 동선을 미리 정해 두는 준비가 도움이 됩니다. 혈액 수치가 어느 구간인지, 지금이 이동을 줄여야 할 시기인지에 대한 판단은 담당 의료진이 그날의 검사 결과를 보고 알려 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셋째는 낙상과 체력입니다. 며칠간 누워 지낸 뒤에는 일어설 때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 생기기 쉽고, 빈혈이 있으면 어지럼과 두근거림이 겹칩니다. 진통제나 수면제, 항구토제 중 일부는 졸음과 어지럼을 유발할 수 있고, 항암제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이 있으면 발바닥 감각이 둔해 문턱이나 경사에서 균형을 잃기 쉽습니다. 뒤가 트인 슬리퍼 대신 발을 감싸는 신발을 신고, 수액 폴대에 체중을 싣지 않으며,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손잡이를 잡는 정도의 준비가 실제로 사고를 줄입니다.
넷째는 병동의 규정입니다. 많은 병원이 병동을 벗어나는 이동에 대해 담당 간호사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고, 외출이나 외박은 담당 의사의 허가와 별도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낙상 고위험으로 분류되어 있다면 혼자 이동하지 않도록 안내받을 수 있고, 접촉이나 비말 격리 중이라면 병동 밖 이동 자체가 제한됩니다. 물건 반입에 대한 규정도 병원과 병동마다 다르므로, 받을 물건이 있다면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두 번 걸음 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병실 문을 나서기 전 순서는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담당 간호사에게 어디에 얼마나 다녀올지 말합니다. 둘째, 지금부터 예정된 검사·투약·회진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수액이나 기기가 연결되어 있다면 지금 이동해도 되는 상태인지 묻습니다. 넷째, 신발과 마스크를 갖추고 혼자 가도 되는지, 동행이 필요한지 확인합니다. 다섯째, 침대에서 일어난 뒤 잠시 앉아 어지럼이 없는지 확인하고 출발합니다. 여섯째, 병동이나 간호사실에서 대신 받아 줄 수 있는지, 보호자가 대리 수령할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면 이동 자체가 필요 없어지기도 합니다.
움직이는 도중 어지럼이 심해지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나거나, 갑자기 오한과 열이 느껴진다면 무리해서 병실까지 돌아가려 하기보다 그 자리에서 앉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병원 안이라는 점이 이때는 장점이 됩니다.
한편 누군가 보내 준 마음을 직접 받으러 가고 싶은 마음 자체는 회복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병실 밖으로 나가 보고 싶다는 의욕은 나쁜 신호가 아니며, 다만 그 걸음을 안전한 시간대와 안전한 방법으로 옮겨 놓는 조정이 필요할 뿐입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수령 시점을 미루거나 대리 수령을 부탁하고, 대신 상태가 좋은 오전 시간에 병동 복도를 짧게 걷는 식으로 바꿔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혈액 수치, 치료 일정, 낙상 위험도, 병동의 규정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이동 여부와 방법은 담당 의료진 및 병동 간호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