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뜻밖의 선물이 도착하기도 합니다. 정성껏 포장된 화분이나 꽃다발을 받아 들면 반가운 마음이 먼저 올라오지만, 그것을 병실 창가에 둘지 집에 둘지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식물 자체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화분의 흙과 꽃병의 물은 미생물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고, 지금 내 몸의 면역 상태가 어느 지점에 있느냐에 따라 같은 화분이라도 두는 자리와 관리 방법이 달라집니다. 마음을 물리기 전에, 갈림길을 하나씩 나누어 보는 편이 덜 헷갈립니다.
첫 번째 갈림길은 병동의 반입 규정입니다. 조혈모세포이식 병동이나 무균실, 중환자실처럼 면역억제가 깊은 환자가 모여 있는 구역에서는 생화와 화분 반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병동은 병원마다 기준이 다르고, 다인실인지 1인실인지, 환기와 청소 여건이 어떤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다른 병원의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지금 입원해 있는 병동의 간호사실에 한 번 묻는 편이 가장 빠르고 정확합니다.
두 번째는 지금 내 몸이 치료의 어느 시기에 있는가입니다. 항암 주기 중 백혈구, 그중에서도 호중구(중성구, neutrophil)가 낮아지는 시기, 이식 전후,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는 시기에는 흙과 젖은 낙엽, 오래 고인 물에 흔한 곰팡이(Aspergillus)나 물에서 잘 자라는 세균에 대한 주의가 평소보다 더 필요합니다. 반대로 치료를 마치고 혈구 수치가 회복된 시기라면 같은 활동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질문에도 시기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옵니다.
세 번째는 흙과 물을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분갈이, 흙 만지기, 화분 받침의 고인 물 비우기처럼 미생물과 직접 닿는 일은 면역이 낮은 시기에는 가족이 대신 맡는 편이 낫습니다. 직접 하게 된다면 장갑을 끼고, 손에 상처가 있을 때는 미루고, 끝난 뒤에는 비누로 손을 충분히 씻는 것이 기본입니다. 꽃병의 물은 자주 갈아 주고, 받침에 물을 오래 고여 두지 않는 것만으로도 관리가 단순해집니다. 잎에 분무를 자주 하는 습관은 실내 습기를 올릴 수 있어 최소로 두는 편이 좋습니다.
네 번째는 향과 벌레입니다. 항암 치료 중에는 후각이 예민해져 평소 좋아하던 향에도 속이 울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향이 강한 꽃보다 향이 옅은 화분이 편할 수 있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던 사람이라면 그 점도 함께 고려합니다. 다육식물처럼 물을 적게 주는 종류는 관리 부담과 습기가 적은 편이지만, 흙을 다루는 원칙은 같습니다. 화분에 초파리나 응애 같은 벌레가 생기면 병실보다는 집에서 정리한 뒤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화분을 옮기기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병동 반입 가능 여부를 간호사실에 확인합니다. 둘째, 최근 혈액검사에서 호중구 수치가 어땠는지, 다음 채혈이 언제인지 적어 둡니다. 셋째, 집에 둔다면 잠자는 공간보다 환기가 되는 거실 창가처럼 자리를 미리 정합니다. 넷째, 물 주는 사람과 요일을 정해 둡니다. 다섯째, 흙을 만진 뒤 손을 씻는 자리(세면대, 비누)를 동선 안에 둡니다. 여섯째, 열이나 기침이 생겼을 때 어디로 연락할지 번호를 함께 적어 둡니다.
다음 진료에서 물어보면 좋은 질문도 몇 가지 정리해 둘 수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 흙을 직접 만져도 되는지, 언제부터 원예나 정원 일을 다시 해도 되는지, 화분과 반려동물·텃밭에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짧게라도 물어 두면 다음에 비슷한 선물을 받았을 때 스스로 판단할 기준이 생깁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신호가 있으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치료받는 곳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38도 이상의 열이나 오한, 새로 생긴 기침이나 숨참, 흙이나 물을 만진 손에 생긴 상처가 붉게 붓고 아플 때가 그렇습니다. 특히 항암 후 혈구 수치가 낮을 수 있는 시기의 발열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보다 빨리 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규정이나 시기 때문에 화분을 병실에 두지 못하게 되더라도, 보내 준 사람의 마음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을 찍어 병실에 붙여 두거나, 퇴원 뒤 집에서 맞이할 자리를 미리 정해 두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치료 기간에는 무엇을 못 하게 되었는지보다, 지금 조건에서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를 하나씩 옮겨 적는 편이 오래 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진료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치료 단계와 혈액검사 결과, 입원 중인 병동의 규정에 따라 권고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결정은 담당 의료진이나 간호팀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