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모임이나 단체 대화방에서 서로 안부를 주고받다 보면, 한동안 소식이 없던 이에게서 아주 짧은 답 한 줄만 돌아오는 날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응원을 모아 전했는데 돌아온 말이 ‘지금은 글을 쓰는 것조차 힘들다’ 정도라면, 받는 쪽은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부터 걱정하게 됩니다. 이때의 힘듦은 마음이 약해졌다는 뜻이라기보다, 몸과 치료와 마음의 사정이 겹쳐 문장을 만들어 내는 일에 쓸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신호는 하나가 아니라 대체로 네 갈래 위에 놓입니다.
첫째는 암 관련 피로(cancer-related fatigue)입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흔히 나타나며, 잠을 자거나 쉬어도 그만큼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소의 피곤함과 다릅니다. 몸이 무거운 것뿐 아니라 집중력, 단어를 고르는 힘,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의욕까지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통화는 되어도 글은 못 쓰겠다거나 반대로 말하기가 더 힘들다는 식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드러납니다.
둘째는 검사로 확인해 교정할 수 있는 몸의 원인입니다. 빈혈, 나트륨·칼슘 같은 전해질 이상, 갑상선 기능 저하, 신장이나 간 기능의 변화, 드러나지 않은 감염, 잘 조절되지 않는 통증과 수면 부족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원인들은 겉으로는 똑같이 ‘기운이 없다’로 보이지만, 채혈이나 진찰로 확인해 치료하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셋째는 약과 증상조절 쪽 사정입니다. 마약성 진통제, 항구토제, 항히스타민제, 수면제, 신경통 약처럼 졸음이나 멍함을 부르는 약이 겹쳐 있을 수 있고, 용량이나 복용 시간을 조정할 여지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약은 스스로 줄이거나 끊으면 통증이나 구역이 다시 올라올 수 있으므로, 조정은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할 일입니다.
넷째는 기분과 인지의 문제입니다. 오래 이어진 치료 속에서 우울이나 불안이 깊어지면 말수와 글이 함께 줄어듭니다. 여기서 특히 구분해 두어야 할 것이 섬망(delirium)입니다.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에 갑자기 시작되고, 시간이나 장소를 혼동하며, 낮과 밤에 따라 정도가 달라진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즉시 확인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안부를 보내기 전에는 이런 순서가 도움이 됩니다. 첫째, 답장을 요구하지 않는 형식으로 보냅니다. 읽기만 해도 되는 짧은 문장, 예·아니오나 이모지 하나로 끝낼 수 있는 질문이면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둘째, 답이 오는 시간대를 기억해 둡니다. 하루 중 상태가 나은 시간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가족이나 곁을 지키는 사람에게 창구를 하나로 모아 여러 사람의 연락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게 합니다. 넷째, 갑작스러운 의식 변화, 깨우기 어려움, 열, 숨참,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음, 새로 생긴 심한 통증처럼 곧바로 알려야 할 신호는 따로 적어 두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위로보다 먼저 의료진 연락을 권합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정리해 둘 것도 비슷합니다. 언제부터 힘들어졌는지, 하루 중 언제가 그나마 나은지, 피로를 0에서 10 사이 숫자로 매기면 몇 점인지, 최근 수혈이나 약 변경이 있었는지, 잠과 식사는 어떤지 정도를 메모해 두면 다음 진료에서 짧은 시간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냥 기운이 없어요’보다 이런 몇 줄이 원인을 가려내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판단과 약 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