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원하시는 바를 조목조목 설명하시던 분이 하루 사이에 발음이 뭉개져 알아듣기 어려워지는 일은, 진행기 암 돌봄에서 드물지 않게 마주치는 변화입니다. 병동이나 시설을 옮긴 직후라면 그 변화가 더 도드라져 보여 곁을 지키는 사람은 '옮긴 것이 잘못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말이 흐려지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병명이라기보다, 몸 어딘가에서 일어난 변화가 가장 먼저 밖으로 드러난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말은 여러 단계를 거쳐 나옵니다. 하고 싶은 내용을 고르고(언어), 그것을 소리로 바꾸라는 명령이 신경을 따라 전달되고, 혀·입술·턱·성대·호흡근이 정확한 순서로 움직여야 또렷한 발음이 됩니다. 이 가운데 신경과 근육 쪽이 흔들리면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발음이 뭉개지는' 구음장애(dysarthria)에 가깝고, 단어를 고르고 이해하는 쪽이 흔들리면 '엉뚱한 말이 나오거나 단어를 못 찾는' 실어증(aphasia)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두 가지가 섞이거나, 기력이 떨어져 소리 자체가 작아진 상태와 겹쳐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행기 암에서 말이 갑자기 흐려질 때 흔히 거론되는 배경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최근 통증약이나 진정·항불안 계열 약을 늘렸거나 새로 시작한 경우처럼 약물의 영향, 밤낮이 뒤바뀌고 집중이 흐트러지는 섬망(delirium), 수분 섭취가 줄면서 생기는 탈수와 입마름(구강건조증), 혈액 속 칼슘이 오르거나 나트륨이 떨어지는 전해질 이상, 감염과 발열, 간·콩팥 기능이 떨어지며 생기는 대사성 뇌병증, 뇌 전이나 뇌혈관 문제, 입안 곰팡이 감염이나 맞지 않는 틀니, 그리고 무엇보다 전신적인 쇠약과 피로가 모두 발음에 영향을 줍니다. 이 가운데 약 조정, 수분·전해질 교정, 감염 치료, 입안 관리처럼 되돌릴 여지가 있는 원인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좋아질까요'라는 질문의 답은 원인에 따라 갈립니다. 하루 중에도 오전엔 비교적 또렷하다가 저녁에 무너지는 식으로 오르내림이 크다면 섬망이나 피로, 약물의 영향을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반대로 몇 주에 걸쳐 한 방향으로만 조금씩 힘이 빠져 왔다면 전신 상태의 흐름 안에서 이해하게 됩니다. 한쪽 입꼬리가 처지거나 한쪽 팔다리 힘이 갑자기 빠지는 변화가 함께 온다면, 그건 따로 확인이 필요한 신호이므로 지체 없이 알리는 편이 좋습니다.

의료진에게 전할 때는 '말을 잘 못 하신다'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훨씬 쓸모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갑자기인지 서서히인지, 하루 중 언제 더 심한지, 최근 며칠 사이 바뀐 약이 있는지, 물이나 침에 사레가 늘었는지, 소변량과 수분 섭취는 어떤지, 열이 있었는지를 메모해 두면 짧은 회진에서도 원인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금 당장 곁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TV와 주변 소리를 줄이고 한 번에 한 사람만 이야기하며, 얼굴이 보이도록 눈높이를 맞춥니다. 긴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 대신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짧은 질문으로 나누고, 답을 기다리는 시간을 넉넉히 둡니다. 알아들은 내용을 '~라는 말씀이시죠?' 하고 되짚어 확인하면,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지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종이와 굵은 펜, 자주 쓰는 단어를 적어 둔 카드, 손짓과 표정도 훌륭한 통로가 됩니다. 안경·보청기·틀니가 제자리에 있는지, 입안이 말라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만으로 발음이 조금 나아지기도 합니다. 다만 물이나 얼음조각을 입에 넣어 드리는 것은 삼킴 상태에 따라 위험할 수 있으므로, 구강 스펀지나 보습 젤을 포함해 어떤 방법이 안전한지 담당 의료진에게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알아듣지 못했을 때는 알아들은 척하기보다 '죄송해요, 한 번만 더요' 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서로 덜 지칩니다. 답답함을 느끼시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많이 답답하시죠' 하고 인정해 드리는 말 한마디가, 정확히 알아듣는 것만큼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컨디션이 비교적 좋은 시간대에는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 두시길 권합니다. 말이 어려워진 뒤에도 손을 잡는 일, 곁에 앉아 있는 일, 좋아하시던 음악을 틀어 드리는 일은 그대로 전해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말이 흐려지는 변화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