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받는 동안, 또는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기에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공부나 일을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정신을 차려 보면 하루가 게임 화면이나 짧은 영상 속에서 지나가 있고, 곁에서 응원해 준 가족과 지인들 얼굴이 떠올라 더 큰 자책이 밀려옵니다. 이럴 때 많은 분이 스스로를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결론짓지만, 투병 전후의 집중력 저하는 성격이나 각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먼저 마음의 작동 방식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통증이나 부작용을 견디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뇌는 결과가 빨리 나오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활동으로 향하기 쉽습니다. 게임이나 짧은 영상은 노력과 보상 사이의 간격이 매우 짧아, 불안이 잠시 가라앉는 느낌을 줍니다. 이것을 '중독'이라고 이름 붙이기 전에, 무엇으로부터 잠시 도망치고 싶었는지를 먼저 살피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몸에서 비롯되는 이유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암 관련 피로(cancer-related fatigue)는 잠을 자도 회복되지 않는 종류의 피로로, 치료가 끝난 뒤에도 몇 달 이상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항암·방사선·호르몬치료 뒤에 기억력과 집중력,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인지 변화(cancer-related cognitive impairment, 흔히 '케모브레인')도 비교적 흔하게 보고됩니다. 이 밖에 수면 리듬의 붕괴, 빈혈, 갑상선기능 이상, 전해질 불균형, 그리고 스테로이드·항구토제·항히스타민제·진통제 같은 약의 영향도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우울과 불안 역시 흥미와 시작하는 힘을 먼저 앗아 갑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혈액검사와 문진으로 확인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자책은 그 자체로 회복을 늦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오늘 하루를 망쳤다'는 판단이 서면 남은 시간까지 놓아 버리게 되고, 다음 날 아침에는 더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평가 단위를 하루가 아니라 '다음 한 시간'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이 고리가 느슨해집니다.
실제로 해 볼 수 있는 것은 소박한 것들입니다. 첫째, 2주 동안 시간대별로 무엇을 했고 얼마나 피곤했는지를 짧게 적어 봅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 하나만 배치해도 체감이 달라집니다. 둘째, 화면 사용을 무조건 끊기보다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각을 미리 정하고, 알람으로 경계를 만듭니다. 셋째, 하루 목표를 '오늘은 20분만'처럼 명백히 달성 가능한 크기로 낮춥니다. 넷째, 아침에 밖의 빛을 쬐고 짧게 걷는 것, 잠들기 한 시간 전 화면을 줄이는 것은 수면 리듬을 통해 낮의 집중력에 영향을 줍니다. 컴퓨터를 없애는 것처럼 환경을 통째로 바꾸는 방법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빈자리를 채울 활동이 없으면 대개 다른 형태로 되돌아옵니다.
진료실에서는 '집중이 안 된다'는 표현보다 구체적인 숫자가 잘 전달됩니다. 하루 중 누워 있는 시간, 잠든 시각과 깬 시각, 책이나 화면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최대 시간, 놓친 복용 횟수를 적어 가면 좋습니다. 현재 복용 중인 약과 건강기능식품 목록도 함께 보여 주세요. 병원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협진, 심리상담, 암 생존자 재활 프로그램, 사회복지팀 상담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혼자 버티기보다 도움을 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우울감이나 흥미 상실이 2주 이상 이어질 때, 밤낮이 완전히 뒤바뀌어 식사와 약 복용이 무너질 때, 외래나 치료 일정을 놓칠 때, 스스로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들 때입니다. 특히 마지막 경우에는 즉시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알리고, 자살예방 상담전화(109)나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 같은 24시간 상담 창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복은 직선이 아닙니다. 잘 지내는 날과 무너지는 날이 번갈아 오는 것이 오히려 흔한 모습이고, 미끄러진 뒤 다시 시작하는 횟수가 결국 방향을 만듭니다. 어떤 분에게는 기도나 신앙이, 어떤 분에게는 사람과의 약속이나 규칙적인 산책이 그 시작점이 됩니다. 무엇이든 자기 비난이 아니라 다음 한 걸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나 약물 조정, 상담 연계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