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주사를 맞고 닷새에서 열흘쯤 지나 혀 옆과 볼 안쪽이 하얗게 헐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그러다 물 한 모금이 상처에 스미듯 아프고, 밥 냄새만 맡아도 겁이 나 식판을 그대로 물리는 날이 옵니다. 치료 중 생기는 입안 헐음은 의지가 약해서도, 양치를 게을리해서도 아닙니다. 입안 점막은 몸에서 가장 빠르게 새로 만들어지는 조직 가운데 하나인데, 항암제와 방사선은 빨리 분열하는 세포를 겨냥하기 때문에 암세포와 함께 이 점막까지 함께 얻어맞습니다. 의학에서는 이를 구강점막염(oral mucositis) 또는 넓게 구내염이라고 부릅니다.
시간표가 있다는 점을 알아두면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주사 항암의 경우 투여 후 며칠 뒤 시작해 1~2주 사이에 가장 심해지고, 골수 기능이 회복되면서 함께 아뭅니다. 머리·목에 방사선을 받는 경우에는 조사량이 쌓이는 2~3주째부터 나타나 치료가 끝난 뒤에도 얼마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대부분은 '점점 나빠지다 어느 시점부터 돌아서는' 곡선을 그립니다. 문제는 그 골짜기 구간에서 먹지 못해 체중과 근력이 무너지고, 다음 치료 일정까지 밀린다는 데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의료진이 입안을 들여다보며 묻는 질문은 대개 '얼마나 아픈가'가 아니라 '무엇을 먹을 수 있는가'입니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등급 체계는 대략 이렇게 나뉩니다. 헐지 않았지만 화끈거리는 정도, 궤양은 있으나 밥을 먹을 수 있는 정도, 궤양 때문에 물·미음 같은 유동식만 가능한 정도, 그리고 입으로는 아무것도 삼킬 수 없는 정도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등급에 따라 다음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진통제를 먹는 약에서 붙이는 약이나 주사로 올릴지, 수액과 영양 보충 경로를 열지, 다음 주기의 항암 용량이나 간격을 조정할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그러니 '많이 아프다'보다 '어제부터 미음만 넘어간다'가 훨씬 쓸모 있는 표현입니다.
입안에 쓰는 것들은 성격이 전혀 달라서, 한 묶음으로 생각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크게 세 갈래로 갈라 보십시오. 첫째는 '덮는 것'입니다. 궤양 표면에 얇은 막을 만들어 음식이나 혀가 닿을 때의 통증을 줄이는 방식으로, 염증 자체를 낫게 한다기보다 식사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이런 제품은 나라에 따라 의약품이 아니라 의료기기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둘째는 '헹구는 것'입니다. 소독 성분이 든 처방 가글, 소염 성분 가글, 통증이 심할 때 짧게 쓰는 국소마취 성분 가글 등이 있고, 목적이 서로 달라 아무 가글이나 오래 쓴다고 좋아지지 않습니다. 알코올이 많이 든 시판 구강청결제는 오히려 헐은 자리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먹거나 바르는 약'입니다. 진통제, 곰팡이·바이러스 감염이 겹쳤을 때의 항진균제·항바이러스제가 여기 속합니다. 비타민 B군 같은 보충제는 결핍이 있을 때 회복을 거들 수 있는 조연이지, 점막염을 막아주는 주연은 아닙니다.
하루 관리는 단순할수록 오래 갑니다. 아주 부드러운 칫솔로 식후와 자기 전에 닦되, 자극이 적은 치약을 쓰고 거품이 많이 나는 제품이 쓰라리면 바꿔볼 만합니다. 생리식염수나 물 500mL에 소금·베이킹소다를 아주 조금 녹인 물로 하루 여러 번 가볍게 헹구면 입안을 촉촉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입술은 자주 보습하고, 틀니는 아픈 동안 착용 시간을 줄이고 매일 세척합니다. 담배와 술, 뜨겁고 맵고 신 음식, 딱딱한 과자류는 낫는 동안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일부 항암제에서는 주사 맞는 동안 얼음 조각을 입에 물고 있는 방법이 점막염을 줄이는 데 쓰이지만, 찬 자극이 오히려 해로운 약제도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에게 먼저 확인하십시오.
먹는 방법도 조금 바꿀 수 있습니다. 미지근한 온도, 부드럽고 촉촉한 질감, 국물이나 소스를 곁들인 형태가 통증을 덜 건드립니다. 빨대를 쓰면 아픈 부위를 지나칠 수 있고, 한 번에 많이 먹기 어려우면 소량을 자주 나눠 먹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삼키기 어렵다고 모든 음식을 물에 풀어 묽게 만들면 양은 늘고 열량은 줄어드는 함정에 빠지니,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열량과 단백질이 들어가도록 구성하는 편이 좋습니다.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바로 연락해야 하는 신호도 분명히 있습니다. 38도 이상의 열이 함께 나는 경우, 특히 백혈구가 낮은 시기라면 지체 없이 병원에 알려야 합니다. 물조차 넘기지 못해 하루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어지럽고 입이 바짝 마를 때, 침을 삼키기 어렵거나 숨쉬기가 불편할 때, 입안이 하얀 막처럼 덮이거나 한쪽에만 물집이 무리 지어 생길 때, 잇몸에서 피가 멎지 않을 때는 단순한 점막염이 아니라 감염이나 다른 문제가 겹쳤을 수 있습니다. 진통제를 늘려도 밤에 잠을 못 잘 만큼 아프다면 그것만으로도 조정 사유가 됩니다.
외래 시간이 짧다면 미리 정리해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지금 삼킬 수 있는 것이 물인지 미음인지 죽인지, 하루에 몇 번 무엇을 헹구고 바르고 있는지,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 그리고 밝은 곳에서 찍은 입안 사진 몇 장이면 충분합니다. 환우 모임이나 공동구매에서 추천받은 제품이 있다면 성분과 분류(의약품인지, 의료기기인지, 건강기능식품인지)를 함께 확인하고, 쓰기 전에 담당 의료진에게 목록을 보여주십시오. 다른 사람에게 잘 맞았다는 경험은 참고할 값어치가 있지만, 지금 내가 쓰는 항암제·복용 중인 약과 부딪히는지는 결국 내 차트를 아는 사람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로, 개인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