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고 나면 며칠 뒤부터 혈액 속 호중구(neutrophil)라는 백혈구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 시기를 흔히 '나디르(nadir)'라고 부르며, 절대호중구수(ANC, Absolute Neutrophil Count)로 표시되는 숫자가 며칠 사이에 크게 낮아지는 것은 대부분의 세포독성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예상 가능한 경과입니다. 피검사 수치가 3점대에서 1점 아래로 내려갔다고 해서 치료가 잘못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약이 몸 안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신호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중구는 세균을 잡아먹어 감염을 막는 최전방 방어 세포입니다. 그 숫자가 낮아지면 평소에는 문제되지 않던 미생물에도 몸이 취약해지고, 이때 열이 오르는 것은 '단순 감기'가 아니라 시간을 다투는 신호(발열성 호중구감소증, febrile neutropenia)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수치가 바닥일 때 퇴원을 서두르지 않고, 다음 피검사에서 회복이 확인될 때까지 입원을 며칠 더 이어가자고 권하기도 합니다. 예정보다 입원이 길어지는 것은 안전을 위한 판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배에 놓는 주사는 대개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라는 약으로, 골수(bone marrow)에서 호중구가 더 빨리 만들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예방 목적으로 미리 쓰기도 하고, 수치가 많이 떨어졌을 때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쓰기도 합니다.
맛없는 병원식 앞에서 외부 배달 음식이 간절해지는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호중구가 낮은 시기에는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합니다. 갓 조리해 김이 나는 따뜻한 음식, 충분히 익힌 음식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고, 오래 상온에 둔 음식·덜 익힌 고기나 해산물·회·씻지 않은 생채소·껍질째 먹는 과일 등은 이 시기에 주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배달 음식이 무조건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리 시점과 보관, 다시 데우는 과정이 관건입니다. 병원마다 '중성구 감소식'이나 저균식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므로, 배달을 시키기 전에 담당 간호사나 영양팀에 지금 내 수치에서 괜찮은지 한 번 확인하면 마음이 놓입니다.
입맛이 없을 때는 한 번에 많이 먹으려 애쓰기보다, 소량씩 자주, 단백질이 든 담백한 음식을 미지근하게 준비하는 편이 넘기기 쉽습니다. 냄새가 강한 음식이 미식거림을 부추긴다면 상온으로 식힌 음식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열(대개 38도 이상), 오한, 갑작스러운 복통이나 설사 같은 신호가 있으면 밤이든 낮이든 곧바로 병원에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개인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실제 식사·퇴원·주사·검사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