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에 암을 앓은 사람이 없으면 '우리 집안은 안전하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세포가 분열하면서 조금씩 쌓인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이렇게 특별한 가족력 없이 저절로 생기는 암(sporadic cancer)이 전체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물려받은 유전자 변이와 뚜렷하게 연결되는 유전성 암(hereditary cancer)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즉 '가족력이 없다'는 사실은 위험이 조금 낮을 수 있다는 뜻일 뿐, '나는 걸리지 않는다'는 보증이 아닙니다. 반대로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가족력은 여러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 유일한 잣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암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포가 분열해 온 횟수가 많아지므로 나이는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여기에 담배, 과도한 음주, 비만, 일부 감염(예: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헬리코박터균), 직업적·환경적 노출 등이 겹쳐 작용합니다. 그리고 뚜렷한 이유 없이 세포 분열 과정의 우연한 오류로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진단을 받은 뒤 '내가 방심했다', '가족력이 없다고 오만했다'며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이 들더라도, 그것은 누군가의 잘못을 가려낼 문제가 아닙니다. 암은 여러 요인과 우연이 얽혀 생기며, 미리 막지 못한 것을 개인의 부주의로 돌릴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다만 젊은 나이에 발병했거나, 가까운 친척 여러 명이 같은 종류의 암을 앓았거나, 한 사람이 서로 다른 암을 여러 번 겪은 경우처럼 특정한 양상이 보이면 유전상담(genetic counseling)과 유전자검사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담은 나와 가족의 위험도를 함께 정리하고, 필요할 때 검진 간격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족력이 없는 사람도 나이에 맞는 국가암검진과 정기검진은 그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집안은 괜찮다'는 생각으로 검진을 미루기보다, 권고되는 검사를 제때 받는 것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인이나 가족의 위험도와 검진 계획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