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으로 수술을 마치고 3기 진단과 함께 보조항암을 앞두면, 많은 분이 먼저 '무엇을 챙겨 가야 하나'를 찾아봅니다. 그중에서도 핫팩과 장갑, 따뜻한 물이 자주 등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3기 대장암에 흔히 쓰이는 항암제 조합에는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이라는 약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약은 주사를 맞은 뒤 며칠 동안 '찬 것'에 유난히 예민해지는 증상을 일으키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 증상은 급성 한랭 과민증(acute cold hypersensitivity)이라고 부릅니다. 찬물을 마시면 목이 조이는 듯하거나, 차가운 컵·문고리를 만질 때 손끝이 찌릿하고, 찬 바람을 쐰 얼굴이나 손이 저릿해지는 식입니다. 이것은 신경이 손상되어 생기는 영구적인 문제가 아니라, 약이 신경의 신호 전달을 일시적으로 예민하게 만들어 나타나는 반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개 주사 후 첫 며칠에 두드러졌다가 시간이 지나며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핫팩, 장갑, 목도리,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이 도움이 됩니다. 주사를 맞는 동안과 그 뒤 며칠은 찬물 대신 상온 이상의 물을 마시고, 냉장고에서 갓 꺼낸 음식이나 얼음, 찬 금속 표면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을 피하면 불편이 줄어듭니다. 다만 이런 준비는 증상을 조금 덜 느끼게 도와주는 것이지, 약의 작용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급성 증상은, 여러 주기를 거치며 손발 끝에 서서히 쌓이는 만성 말초신경병증(chronic peripheral neuropathy)과는 다릅니다. 급성 증상은 대체로 며칠 안에 나아지지만, 저림이 점점 심해지거나 단추를 잠그기 어려울 만큼 손끝 감각이 무뎌진다면 그 변화는 진료 때 꼭 알려야 합니다. 약의 용량이나 일정은 이런 신호를 보고 조정하게 됩니다.

주사를 맞는 동안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옥살리플라틴을 포함한 항암제는 드물게 주사 중이나 직후에 과민반응(infusion reaction)을 일으킬 수 있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가렵고, 두드러기·가슴 답답함·숨참·허리 통증·오한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보이면 참고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간호사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호자는 환자를 따뜻하게 해 주고,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얼마나 지속되는지를 시간과 함께 메모해 두면 의료진이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첫 항암을 앞두고 병원 근처에 머물 곳을 마련할지, 집에서 지켜볼지는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니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열이 나거나(특히 38도 이상), 심한 설사·구토로 물도 넘기기 어렵거나, 숨이 차고 통증이 조절되지 않을 때 어디로 연락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 두는 일입니다. 담당 병원의 야간·주말 연락 방법과 가까운 응급실 위치를 적어 두면 급할 때 헤매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사용하는 항암제의 종류와 몸 상태에 따라 준비할 것과 주의점은 달라질 수 있으니, 구체적인 내용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