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이어지면 누구나 입맛이 떨어집니다. 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여기에 더해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로 생기는 미각 변화, 메스꺼움, 구내염, 진통제에 따른 변비 같은 이유가 겹치면서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는 상태가 며칠씩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밥에 여러 채소와 단백질 반찬을 함께 담아 비벼 먹는 한 그릇 음식은 씹고 삼키기가 비교적 쉽고, 적은 양에도 탄수화물·단백질·채소를 함께 담을 수 있어 현실적인 선택이 됩니다. 국물에 말거나 참기름·김가루처럼 향이 있는 재료를 조금 더하면, 냄새에 예민해진 시기에도 한 술 뜨기가 수월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치료 중에는 '무엇을 먹는가'만큼 '어떻게 다루었는가'가 중요해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항암치료 뒤에는 백혈구 중 세균을 막아 주는 호중구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호중구감소증(neutropenia)이 올 수 있고, 이때는 평소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적은 양의 세균도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생채소와 껍질째 먹는 과일, 날음식 전반을 폭넓게 제한하는 이른바 호중구감소식(neutropenic diet)이 널리 쓰였습니다. 최근에는 이렇게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식품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보다 뚜렷하게 낫다고 보기 어렵다는 연구들이 보고되면서, 병원과 치료 종류에 따라 권고가 달라졌습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거나 호중구 수치가 매우 낮은 기간에는 여전히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같은 질문에 병원마다 답이 다른 것이며, 내 치료 단계에 맞는 기준은 주치의나 영양팀에게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어느 기준을 따르든 공통으로 권해지는 부분은 있습니다. 생달걀이나 반숙 노른자, 회·육회처럼 익히지 않은 어육류, 살균하지 않은 유제품, 씻지 않은 채소는 피하고, 채소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필요하면 살짝 데쳐 쓰는 방식입니다. 도마와 칼은 익힌 음식용과 날음식용을 나누고, 조리 전후에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위험은 상당히 줄어듭니다. 여름에는 보관이 특히 중요합니다. 조리된 음식은 상온에 오래 두지 않고 되도록 두 시간 안에, 기온이 매우 높은 날에는 그보다 더 빨리 냉장 보관하며, 남은 음식은 다시 뜨겁게 데워 먹는 편이 좋습니다. 밖에서 사 온 나물이나 반찬이 언제 조리된 것인지 알기 어렵다면, 그날 안에 먹거나 한 번 더 익혀 먹는 선택이 무난합니다.
더운 계절에는 수분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항암 중 구토나 설사가 있으면 땀으로 빠지는 양까지 더해져 탈수가 빨리 올 수 있습니다. 소변 양이 줄고 색이 진해지거나, 일어설 때 어지럽고 입안이 마르며 맥박이 평소보다 빠르다면 탈수를 의심할 수 있는 신호입니다.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기 힘들다면 조금씩 자주 나눠 마시고, 미음·묽은 국·수분이 많은 과일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심장이나 콩팥 상태, 부종 때문에 수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목표량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먹는 양이 줄었을 때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진료실에서 전하면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습니다. 최근 한두 주 사이 체중이 얼마나 변했는지, 하루에 실제로 몇 끼를 어느 정도 먹는지, 못 먹는 이유가 메스꺼움인지 입안 통증인지 삼킴 곤란인지 냄새 때문인지, 설사와 함께 열이 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치료 중 설사에 발열이 동반되면 단순한 여름철 배탈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임의로 지사제를 먼저 쓰기보다 의료진에게 연락해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영양 상담을 통해 경구영양보충제나 조리 방법을 조정하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치료 단계와 혈액검사 수치, 동반 질환에 따라 권고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식사와 증상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주치의나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