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주사를 맞고 며칠이 지나 발등이 부어오르고, 양말 자국이 깊게 남기 시작하는 일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쪽만 붓는 듯하다가 며칠 사이 양쪽으로 번지기도 하고, 저녁이 될수록 심해졌다가 아침이면 조금 가라앉기를 되풀이하기도 합니다. 부종은 치료 중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변화이지만, 흔하다는 말이 곧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부종은 며칠 지켜보며 다음 외래에서 이야기해도 되고, 어떤 부종은 그날 안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 둘을 가르는 기준을 미리 알아두면 막연한 불안이 조금은 줄어듭니다.
부종은 혈관 안에 머물러야 할 수분이 조직 사이 공간으로 빠져나와 고이면서 생깁니다.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오래 잘 못 드셔서 혈액 속 단백질(알부민, albumin)이 낮아졌을 때, 신장이나 간·심장의 기능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종양이나 림프절이 정맥·림프 흐름을 눌러 순환이 더딜 때, 수액과 함께 들어간 수분·염분이 다 빠지지 못했을 때 모두 부종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항구토제나 스테로이드, 일부 항암제와 소염진통제처럼 치료에 쓰는 약 자체가 몸에 수분을 붙잡아 두기도 합니다. 가슴에 물이 차는 흉수와 다리 부종이 같은 시기에 함께 보이는 것도, 몸이 체액을 처리하는 균형이 흔들렸다는 하나의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양쪽이 대칭으로 붓는지, 한쪽만 붓는지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한쪽 다리만 갑자기 굵어지고 종아리가 아프거나 만지면 뜨겁고 붉어질 때는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을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암 치료 중에는 혈전이 잘 생기는 편이고, 이때는 다리를 주무르거나 압박스타킹을 임의로 신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확인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양쪽이 함께 붓는다면 전신적인 원인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쪽이든 눌렀을 때 자국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 정강이·허벅지·배·눈두덩까지 번지는지를 함께 살펴 두면 도움이 됩니다.
가까운 병원에서 '항암 중이라 약을 함부로 쓰기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 서운하고 막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부종에 흔히 쓰는 이뇨제는 원인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합니다. 알부민이 낮아 생긴 부종에 이뇨제만 쓰면 혈관 속 수분이 줄어 어지럼과 탈수, 신장 기능 악화, 전해질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신장으로 빠져나가는 항암제나 함께 먹는 다른 약의 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혈액검사로 알부민·신장수치·전해질을 보고, 심장이나 혈전 문제를 배제한 뒤에 결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니던 병원의 치료 계획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판단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약을 받아오는 것'보다 '정보를 이어 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 편이 낫습니다. 치료받는 병원에서 받은 진료의뢰서나 치료 요약, 최근 검사 결과, 현재 복용 중인 약 목록을 한 봉투에 모아 두면 어느 병원에서든 이야기가 빨라집니다. 부종이 시작된 날짜, 어디부터 부었는지, 하루 중 변화, 매일 같은 시간에 잰 체중, 소변량이 줄었는지, 숨이 차거나 누우면 답답한지를 짧게 적고 발 사진을 날짜별로 남겨 두는 것도 좋습니다. 다음 외래를 기다리기 어렵다면 치료받는 병원의 환자 상담 전화나 응급 연락 창구에 먼저 물어, 예약을 앞당길 상황인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앉거나 누울 때 다리를 심장보다 조금 높게 올려 두기, 한 자세로 오래 있지 않기, 국물과 젓갈처럼 염분이 많은 음식을 줄이기, 발에 꽉 끼지 않는 신발과 양말을 쓰기 정도가 무리 없이 해볼 수 있는 일입니다. 부은 피부는 얇고 잘 트기 때문에 보습을 하고 상처가 나지 않게 살피는 것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수분 섭취를 스스로 크게 줄이거나, 남은 이뇨제를 임의로 드시게 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숨이 차서 눕기 힘들거나, 며칠 새 체중이 눈에 띄게 늘거나, 소변이 확 줄거나, 한쪽 다리가 아프고 붉어지거나, 부은 자리에서 진물이 배어 나오면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몸이 붓고 힘이 빠지는 시기에는 걷기를 마다하고 식사를 밀어내며 말수가 줄어드는 분들도 계십니다. 가족이 보기에는 의욕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숨이 차거나 다리가 무겁거나 어지러워서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왜 안 걸으세요'보다 '걸을 때 숨이 차세요, 다리가 무거우세요'처럼 몸 상태를 묻는 질문이 더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돌보는 사람도 지치는 시기이니, 병원 동행과 기록을 가족끼리 나누고 담당 의료진에게 힘든 점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오래 버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부종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새로 생기거나 심해지는 증상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