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에 들어가신 뒤 한 달쯤 비교적 평온한 날이 이어졌는데, 어느 날부터 밤마다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조용하시던 분이 몇 분 간격으로 일으켜 달라, 다시 눕혀 달라 하시고, 손에 꽂힌 주삿바늘이나 관을 스스로 빼려 하십니다. 낮에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대화가 되기도 합니다. 곁을 지키는 가족은 밤새 한숨도 못 자면서 '정말 마지막이 다가온 걸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집니다. 이런 변화는 의료진이 섬망(delirium)이라고 부르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섬망은 뇌 기능이 전반적으로, 그리고 비교적 갑자기 흔들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주의력이 흐트러지고 의식 수준이 하루 안에서도 오르내린다'는 점입니다. 아침에는 알아보시다가 저녁이 되면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 헷갈려 하시고, 밤에 유독 심해지는 흐름이 흔합니다. 시작이 서서히인 치매와 달리 섬망은 며칠 혹은 몇 시간 사이에 시작되고, 하루 중에도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구분됩니다. 이미 인지 기능이 떨어진 분에게 섬망이 겹쳐 오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마지막 시기에 섬망이 흔한 이유는 원인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폐렴 같은 감염과 발열, 수분 섭취가 줄면서 생기는 탈수와 전해질 변화, 간이나 콩팥 기능이 떨어지며 약물과 노폐물이 몸에 남는 것, 산소가 부족한 상태, 다스려지지 않은 통증, 며칠째 이어진 변비나 소변이 나오지 않는 상황, 새로 시작하거나 용량이 바뀐 약, 그리고 잠을 제대로 못 잔 밤들이 겹쳐 뇌에 부담을 줍니다. 이 가운데 변비·소변저류·탈수·약물처럼 찾아서 조정할 수 있는 원인은 교정하면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기도 합니다. 반면 여러 장기의 기능이 함께 떨어지는 마지막 며칠에 가까워질수록 원인을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이를 임종기 섬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느 쪽인지는 진찰과 상황을 함께 보고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섬망은 겉모습이 한 가지가 아닙니다. 계속 일어나려 하고 줄을 잡아당기며 초조해하는 모습은 과활동형에 가깝고, 반대로 조용히 처져 반응이 느려지고 하루 종일 주무시는 저활동형도 있습니다. 저활동형은 '얌전하시다', '기운이 없으신가 보다'로 넘어가기 쉬워 오히려 늦게 발견되곤 합니다. 두 모습이 번갈아 나타나는 혼합형도 흔합니다.

곁에서 도울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낮에는 커튼을 열어 빛이 들게 하고 밤에는 완전한 어둠보다 은은한 불빛을 남겨 두는 편이 방향 감각에 도움이 됩니다. 시계와 달력을 보이는 곳에 두고, 안경과 보청기를 챙겨 드리면 혼란이 줄어듭니다. 말은 짧고 단순하게, 한 번에 한 가지씩 전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신다고 할 때는 '그런 건 없다'고 설득하기보다 놀라셨겠다는 감정에 먼저 응답하는 편이 서로 덜 지칩니다. 침대 높이를 낮추고 주변 물건을 치워 낙상 위험을 줄이는 것도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손발을 묶는 신체 억제는 오히려 초조와 손상을 키울 수 있어 마지막 수단으로만 고려되며,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의료진에게는 구체적으로 전할수록 좋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심한지, 최근에 추가되거나 바뀐 약이 있는지, 대변을 언제 보셨고 소변량은 어떤지, 열이 났는지, 표정이나 신음으로 통증을 알리는 신호가 있었는지를 메모해 두었다가 회진 때 전하면 원인을 좁히는 데 쓰입니다. 팀은 교정 가능한 원인을 다스리면서, 불안과 초조가 본인에게 고통이 될 정도라면 약물 조절을 함께 논의합니다. 그래도 편안해지지 않는 경우 어느 정도까지 진정을 도울지에 대한 상의가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가족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팀과 함께 상의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마음도 돌봐야 합니다. 섬망이 나타났다고 해서 남은 시간이 며칠이라고 곧바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쇠약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궁금하다면 '앞으로의 경과를 어떻게 보시는지' 담당 의료진에게 직접 물어봐도 됩니다. 혼란 속에서 하신 거친 말이나 밀쳐내는 손짓은 그분의 본심이라기보다 지친 뇌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밤을 혼자 감당하지 말고 가족끼리 교대하고, 병동 간호 인력에게 도움을 청하고, 짧게라도 눈을 붙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증상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판단과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