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항암 주기를 마치고 집으로 온 뒤 부모님이 하루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면, 곁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몹시 조마조마해집니다. '회복하느라 그러는 걸까, 아니면 몸이 못 버티는 걸까' 하는 두 생각 사이를 하루에도 여러 번 오가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항암 첫 주기 뒤 며칠 동안 평소보다 훨씬 많이 자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다만 '흔하다'는 말이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어서, 어떤 졸림은 지켜보며 기록해도 되고 어떤 졸림은 다음 주사 전에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항암 뒤 졸림이 생기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흔한 것은 암 관련 피로(cancer-related fatigue)입니다. 이 피로는 잠을 자도 개운해지지 않고 활동량과 상관없이 찾아오는 것이 특징이라, '게을러졌다'거나 '의지가 약해졌다'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또 주사와 함께 쓰는 항구토제(antiemetics) 가운데는 졸음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고, 함께 투여한 스테로이드(steroid)의 효과가 떨어지는 며칠 뒤에는 반대로 축 처지는 시기가 오기도 합니다. 여기에 진단과 치료를 앞둔 긴장, 먼 도시로 거처를 옮기며 달라진 생활 리듬까지 겹치면 몸은 더 깊이 가라앉습니다.
그렇지만 늘어난 잠 뒤에 확인과 치료가 필요한 원인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빈혈(anemia)로 산소 운반이 떨어졌을 때, 나트륨이 낮거나 칼슘이 높은 전해질 이상(electrolyte imbalance)이 있을 때, 콩팥이나 간 기능이 떨어졌을 때, 감염이 시작될 때, 혹은 복용 중인 진통제·수면제·신경안정제가 겹쳐 작용할 때도 사람은 몹시 졸려 합니다. 나이가 있는 분에게서는 이런 변화가 섬망(delirium)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조용히 처지고 반응이 느려지는 '저활동형' 섬망은 단순한 피로처럼 보여 놓치기 쉽습니다.
집에서 가늠할 때 도움이 되는 기준은 '깨웠을 때의 모습'입니다. 이름을 부르면 눈을 뜨고 몇 마디라도 앞뒤가 맞는 대화가 되며, 부축해 화장실에 다녀오고 물이나 죽을 조금이라도 넘길 수 있다면 대체로 지켜보며 기록해 볼 수 있는 졸림입니다. 반대로 깨워도 잘 깨지 않거나 금세 다시 처질 때, 사람·장소·시간을 헷갈리거나 헛것을 볼 때, 38도 이상 열이 나거나 오한이 있을 때, 하루 종일 거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소변량이 뚜렷이 줄 때, 새로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 힘이 빠질 때, 심한 두통·호흡곤란·가슴 통증이 함께 있을 때는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연락하거나 응급실 방문을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록은 짧을수록 오래갑니다. 하루에 몇 시간쯤 자는지, 깨어 있을 때 대화가 되는지, 식사와 물은 어느 정도인지, 소변 횟수와 체온은 어떤지, 며칠째 이런지를 휴대전화 메모에 한 줄씩 남겨 두면 충분합니다. 언제부터 심해졌는지 — 거처를 옮긴 뒤인지, 주사를 맞은 뒤인지 — 처럼 '시작 시점'을 적어 두면 진료실에서 원인을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주사만 예정되어 있고 진료가 없는 날이라도 증상을 전달할 길은 있습니다. 항암 주사 전에는 대개 간호사가 활력징후를 재고 지난 주기의 부작용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으며, 그날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도 함께 검토됩니다. 이때 '지난 진료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주무시고, 오늘 아침에는 몸이 이상하다고 하신다'처럼 구체적으로 말하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담당 의료진에게 전달되어 추가 검사, 수액이나 약 조정, 때로는 투여 일정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호자의 관찰은 검사 수치가 알려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 주는 정보이므로, '별것 아닌 것 같아서' 삼키기보다 있는 그대로 전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실제 증상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걱정되는 변화가 있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