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고혈압은 뚜렷한 원인 없이 여러 요인이 겹쳐 서서히 생기지만, 일부는 몸속 특정 장기의 문제 때문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원인이 분명한 고혈압을 '이차성 고혈압(secondary hypertension)'이라고 부릅니다. 그중 하나가 콩팥 위에 모자처럼 얹혀 있는 작은 내분비 기관, 부신(adrenal gland)에서 시작되는 갈색세포종(pheochromocytoma)입니다.

갈색세포종은 부신 안쪽(수질)에서 아드레날린 같은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호르몬을 필요 이상으로 뿜어내는 종양입니다. 이 호르몬은 몸을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 물질이어서 두통, 심한 발한, 가슴 두근거림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열감, 식은땀, 창백함, 까닭 없는 불안감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는 부분은 '혈압을 재면 정상인데 왜 갈색세포종을 의심하느냐'는 점입니다. 이 종양은 호르몬을 꾸준히가 아니라 '발작적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없는 시간에는 혈압이 120/80처럼 정상으로 나오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치솟기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몇 번 잰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마냥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진단은 증상만으로 확정하지 않습니다. 보통 혈액과 소변에서 카테콜아민의 대사산물인 '메타네프린(metanephrine)' 수치를 재고, 24시간 소변을 모아 하루 동안의 호르몬 배출량을 살핍니다. 여기에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로 부신에 실제 종양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렇게 '호르몬 수치'와 '영상'을 함께 맞춰봐야 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다리는 동안이 가장 힘든 시기일 수 있습니다. 아직 진단이 확정되지 않아 약 처방이 잠시 미뤄지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스스로 판단해 약을 끊거나 새로 복용하기보다 담당 의료진에게 '증상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어떤 상황이면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를 미리 물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참기 어려운 두통, 가슴 통증, 극심한 두근거림, 갑작스러운 시야 이상처럼 심하고 급작스러운 증상은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의료기관에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 갈색세포종은 대부분 양성(benign)이며, 정확히 진단되면 수술을 포함한 치료로 잘 관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같은 증상이 갈색세포종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비롯될 수도 있으므로 진단과 치료 방향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함께 정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나 검사 결과에 대한 판단, 약 복용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