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예전보다 부쩍 고집스러워지고, 정형외과에 가야 할 상황에서도 늘 다니던 이비인후과만 고집하시면 가족은 당황하기 쉽습니다. 흔히 '고집과 억지가 치매의 시작'이라고들 말하지만, 성격이 완고해지는 것과 인지기능이 실제로 떨어지는 것은 반드시 같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익숙한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이것만으로 치매(dementia)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초기 치매에서 비교적 자주 나타나는 신호는 따로 있습니다. 방금 한 말을 반복하거나 최근 일을 자주 잊는 기억력 저하, 늘 하던 집안일이나 돈 계산이 어려워지는 것, 날짜·장소를 혼동하는 것, 물건 둔 곳을 자꾸 착각하는 것, 그리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변화 등입니다. 여기에 의심이 많아지거나 쉽게 화를 내고 위축되는 '성격·감정의 변화'가 겹치기도 합니다. 익숙한 병원만 고집하는 모습도,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계획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익숙함에 더 기대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혼동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며칠 사이에 갑자기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헛말을 한다면, 이는 서서히 진행되는 치매보다 '섬망(delirium)'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섬망은 감염, 탈수, 약물, 통증, 낙상 후 상태 변화 등으로 갑자기 생기며, 원인을 찾아 바로잡으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우울증이 심할 때 기억과 집중이 떨어져 치매처럼 보이는 '가성치매', 갑상선 기능 저하(hypothyroidism)나 비타민 부족처럼 되돌릴 수 있는 원인도 있어,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넘어져 다치신 뒤라면 우선 정형외과에서 골절 여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고, 갑작스러운 혼동·의식 변화가 함께 있다면 그 부분도 반드시 진료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지기능 자체가 걱정된다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간단한 인지선별검사와 상담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가족이 억지로 설득하려다 갈등만 커질 때는,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선택지를 좁혀 제안하고 익숙한 사람이 동행하는 방식이 도움이 되곤 합니다.
돌보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부모의 변화가 낯설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며, 보호자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역 치매안심센터나 의료진과 상담해 도움을 나누는 것이 지치지 않고 오래 돌보는 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걱정된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