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등산이 유일한 낙이고, 땀 흘려 산을 내려온 뒤 마시던 시원한 한잔이 그리운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위 절제 수술(gastrectomy)을 받고 1년 반쯤 지나 몸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이제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위를 잘라낸 뒤의 몸은 술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 차이를 먼저 이해한 뒤에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술이 몸에 들어오는 '속도'입니다. 위는 원래 음식과 알코올을 잠시 머금었다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보내는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위의 일부 또는 전부가 없어지면 술이 곧바로 소장으로 흘러들어 훨씬 빠르게 흡수됩니다. 그 결과 같은 양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빨리, 더 높이 오를 수 있어 예전보다 쉽게 취하고 어지러움을 느끼기 쉽습니다.

여기에 위 절제 뒤 흔한 '덤핑증후군(dumping syndrome)'이 겹칠 수 있습니다. 당분이 많은 술이나 안주가 빠르게 장으로 내려가면 식은땀·두근거림·어지럼·복통·설사가 나타날 수 있고, 마신 뒤 한두 시간 지나 혈당이 뚝 떨어지는 반응성 저혈당(reactive hypoglycemia)이 오기도 합니다. 술 자체가 혈당을 흔들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더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알코올은 그 자체로 여러 소화기 암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물질이며, 남아 있는 위와 식도 점막을 자극해 역류나 염증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위 수술 뒤에는 철분과 비타민 B12 흡수가 떨어지기 쉬운데, 술은 이런 영양 상태와 수분 균형에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술과 함께일 때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위를 전부 뗐는지 일부만 뗐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었는지, 수술 후 얼마나 지났는지, 다른 지병이나 항암 여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 소맥 한잔'이 나에게 괜찮은지는 인터넷의 일반론이 아니라 내 상태를 아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만약 의료진과 상의한 뒤 아주 소량을 시도하게 된다면, 빈속을 피하고 음식과 함께 천천히 마시며, 물을 충분히 곁들이고 몸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마신 뒤 심한 어지럼·식은땀·가슴 두근거림, 검은색 변이나 피 섞인 구토, 심한 속쓰림이나 복통이 나타나면 무리하지 말고 병원에 알려야 합니다. 산을 오래 즐기기 위해서라도, 한잔의 즐거움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살피는 편이 결국 나를 지키는 길입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음주 여부와 양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