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뒤 관련 책이나 다른 환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자기 병을 공부하고 기록하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그저 버티기만 하는 사람보다 잘 이겨낸다'는 말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럼 내가 충분히 적극적이지 않으면 결과가 나빠진다는 뜻일까' 싶어 부담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이 말의 핵심에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그 뜻을 정확히 알면 무거운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자기효능감은 '내가 지금 필요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말합니다. 막연히 '나는 나을 거야' 하는 긍정적 기대와는 다릅니다. 암 치료에서는 '증상이 생기면 기록해 둘 수 있다', '진료 전에 궁금한 것을 정리해 물어볼 수 있다', '약 먹는 시간을 지킬 수 있다',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처럼 구체적이고 작은 행동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이렇게 환자가 자기 치료에 이해를 갖고 참여하는 정도를 '환자 참여도(patient activation)'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연구들이 대체로 말해 주는 것은, 자기효능감이나 참여도가 높은 사람은 삶의 질이 더 낫고, 불안과 우울이 덜하며, 통증·피로 같은 증상을 스스로 다루는 데 능숙하고, 약을 잘 챙기고 의료진과 소통이 원활한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효과는 주로 '치료를 견디고 일상을 꾸려가는 힘'에 관한 것이지, 마음가짐이 암을 낫게 하거나 생존 기간을 결정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암의 경과는 암의 종류와 진행 정도, 치료 반응 같은 의학적 요인이 훨씬 크게 좌우합니다. 그러니 치료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내가 덜 긍정적이어서',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효능감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작은 성공의 경험으로 길러집니다. 부담 없이 시작하는 방법을 몇 가지 들면, 증상과 복용 약을 간단히 적는 수첩이나 휴대폰 메모를 두는 것, 진료 전에 가장 궁금한 두세 가지를 미리 적어 가는 것, 설명을 들은 뒤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 하고 내 말로 되짚어 확인하는 것, 한 번에 하나씩 감당할 수 있는 목표만 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일 역시 무력함이 아니라 상황을 스스로 조절하는 또 다른 방식이며, 같은 경험을 지나온 환우들의 지지도 큰 힘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마저 '또 하나의 숙제'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몸이 지친 날에는 쉬어도 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충분합니다.
반대로, 무엇을 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이 오래 이어지거나, 기본적인 자기 돌봄조차 버겁고, 잠·식욕·기분의 변화가 뚜렷하다면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혼자 버티기보다 담당 의료진이나 정신건강·종양심리 상담에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위한 것으로 의료진의 진료와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상태와 치료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