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이나 다른 병 때문에 배 안을 들여다보다가 뜻밖에 '충수돌기암(appendiceal cancer)'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충수돌기(막창자꼬리, appendix)는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붙어 있는 작은 꼬리 모양의 장기로, 이곳에서 생기는 암은 전체 암 중에서도 매우 드문 편에 속합니다. 흔한 위암이나 대장암과 달리 내시경으로 미리 들여다보기 어려운 위치라, 뚜렷한 증상 없이 지내다가 다른 검사나 수술 도중에 우연히 발견되는 일이 많습니다.
충수돌기암이 다른 소화기암과 크게 다른 점 하나는 '퍼지는 방식'입니다. 특히 점액(끈적한 물질)을 많이 만드는 유형은 암세포가 혈관이나 림프를 타고 멀리 가기보다는, 배 안을 감싸는 얇은 막인 '복막(peritoneum)' 표면을 따라 넓게 흩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점액성 물질과 암세포가 복강 안에 쌓이는 상태를 '복막가성점액종(pseudomyxoma peritonei)'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수술로 배를 열었을 때 젤리처럼 퍼진 병변이 확인되면서 진단이 확정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복막에 퍼졌다'는 말을 들으면 흔히 손쓸 수 없는 말기라고 지레짐작하기 쉽지만, 충수돌기에서 시작된 점액성 종양은 다른 암의 복막 전이와는 성질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세포가 얼마나 '얌전한지(저등급)' 아니면 '공격적인지(고등급)'에 따라 진행 속도와 전망이 크게 갈립니다. 그래서 최종 조직검사에서 세포의 종류와 등급을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며, 같은 '충수돌기암'이라도 사람마다 치료 방향과 예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치료는 병의 범위와 세포 등급에 따라 달라집니다. 병변이 복막에 국한된 경우에는 배 안에 퍼진 병변을 최대한 걷어내는 '종양감축수술(cytoreductive surgery)'과, 수술 직후 데운 항암제를 복강 안에 직접 순환시키는 '복강내 온열항암화학요법(HIPEC)'을 함께 고려하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까지 겨냥하려는 방법으로, 상당히 큰 수술인 만큼 환자의 전신 상태와 병의 분포를 꼼꼼히 따져 결정합니다. 경우에 따라 먼저 전신 항암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드물고 특수한 암은 경험이 많은 다학제 팀에서 방향을 잡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한 번의 검사 수치나 한마디 말에 모든 것을 단정하기보다, 조직검사 결과가 모두 정리된 뒤 전체 그림을 놓고 상의하는 편이 낫습니다. 궁금한 점은 미리 메모해 두었다가 진료 때 하나씩 확인하고, '내 암은 어떤 세포 등급인지', '복막 외에 다른 곳은 어떤지', '수술과 항암 중 무엇을 언제 고려하는지'를 물어보면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개개인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실제 검사 결과의 해석과 치료 방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