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과 치료의 시간을 지나며, 어떤 사람은 가만히 있는 것을 가장 견디기 어려워합니다. 몸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일이나 집안일에 파묻히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밀어냅니다.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일했다'는 말 속에는, 멈추면 밀려올 감정이 두려워 스스로를 바쁘게 몰아세운 마음이 담겨 있곤 합니다. 이런 방식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힘이 되는 때와,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게 만드는 때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활동에 몰두하는 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와 닿아 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하루에 규칙을 만들고, 내가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것은 우울과 무기력을 실제로 덜어 줍니다. 병 앞에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질수록,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는 작은 일들이 큰 위안이 됩니다. 햇볕을 쬐며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는 일도, 마음을 다독이는 좋은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행동이 '회피'로 기울 때가 있습니다. 슬픔이나 두려움을 들여다보는 대신 그저 밀쳐 두려고 쉼 없이 움직이면,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잠시 미뤄질 뿐입니다. 미뤄진 감정은 종종 잠들기 직전이나 혼자 있는 순간에 더 크게 되돌아옵니다. 몸이 지쳤다는 신호(잠이 오지 않음, 입맛이 사라짐, 사소한 일에 화가 남, 이유 없이 눈물이 남)를 '바쁨'으로 덮어 버리면, 회복에 꼭 필요한 휴식과 돌봄의 시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스스로를 살피는 몇 가지 질문이 도움이 됩니다. 나는 하고 싶어서 움직이는가, 아니면 멈추는 것이 무서워서 움직이는가. 활동을 마친 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가, 아니면 더 공허해지는가. 그리고 몸은 이 속도를 감당하고 있는가. 치료 중에는 피로가 평소와 다르게 찾아오므로, '할 수 있을 만큼'의 기준을 날마다 새로 정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햇볕도 좋지만 한낮의 뙤약볕과 무리한 노동은 오히려 몸을 지치게 할 수 있어, 시원한 시간에 알맞게 나누어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바쁨이 나를 돕고 있는지 지치게 하는지 헷갈릴 때는, 하루에 아주 짧게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 보세요. 그 시간이 견딜 만하다면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고, 그 시간이 참을 수 없이 불안하다면 마음이 도움을 청하고 있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잠이 계속 무너지거나, 밀려오는 감정이 일상과 관계를 흔들 정도라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완화의료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약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에 걱정되는 변화가 있다면 반드시 담당 의료진이나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