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을 돌보다 보면 어느 날 의료진에게서 "임종과정에 있다"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회진 때 에둘러 짐작하던 이야기를 정식 용어로 직접 들으면 마음이 크게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단순한 감정적 통보가 아니라,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제도(life-sustaining treatment decision) 안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내려지는 '의학적 판단'이라는 점을 먼저 알아두면 상황을 조금 더 차분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임종과정'이란 회복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계속해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며, 여러 신체 기능이 급격히 나빠져 머지않아 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말합니다. 법적으로는 담당의사 한 명과 해당 분야 전문의 한 명, 이렇게 두 명의 의사가 함께 판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한 사람의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정해진 절차를 거친 결정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연명의료란 심폐소생술(CPR),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처럼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종과정만 늘리는 의학적 시술을 말합니다. 환자가 이런 시술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건강할 때 스스로 등록해 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말기·임종기 환자가 담당의사와 상의해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POLST)'입니다.

문제는 환자의 의식이나 인지가 나빠져 스스로 뜻을 표현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평소 환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가족이 진술하거나, 그런 자료조차 없으면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해 결정하게 됩니다. 다만 이렇게 '가족의 결정'으로 연명의료를 정리하려면 반드시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다는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담당 간호사가 "임종과정에 있어야만 보호자 동의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 절차 때문입니다.

이 결정은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시술로 고통을 늘리지 않겠다'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연명의료를 유보하더라도 통증 조절, 물과 영양 공급, 산소 공급 같은 기본적인 돌봄과 완화의료는 계속 이어집니다. 서류에 서명하는 일이 곧 이별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조금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병원의 담당의사나 완화의료팀, 연명의료 상담 간호사에게 충분히 묻는 것이 좋습니다. 서명을 서두를 필요는 없으며, 한 번 밝힌 뜻도 환자나 가족의 상황에 따라 다시 논의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밀려오는 슬픔과 죄책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혼자 감당하기 벅차다면 의료진이나 사회복지팀에 도움을 청하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나 법률 판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상태와 구체적인 절차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실제 결정에 앞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