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지나온 몸에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겹쳐 찾아오곤 합니다. 특히 50세 안팎의 여성이라면 자연스러운 폐경기와 치료의 여파가 맞물리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열감(hot flash), 밤에 자주 깨는 불면, 온몸이 뻣뻣하고 시린 관절통, 골밀도 감소 같은 증상이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합니다. 이때 산부인과에서 여성호르몬제를 권유받으면, 증상은 힘들지만 암을 앓았던 몸에 호르몬을 더해도 괜찮을지 걱정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먼저 알아둘 점은, 호르몬요법(hormone therapy)의 안전성이 암을 앓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일괄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판단의 열쇠는 어떤 암이었는가에 있습니다.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처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에 반응해 자라는 성질을 가진 암은 호르몬요법을 특히 조심스럽게 봅니다. 반면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호르몬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암은 저울질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같은 약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신중히 피해야 할 대상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됩니다.

티볼론(tibolone) 계열의 약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 약은 폐경기 증상을 누그러뜨리고 뼈를 지키도록 설계되었지만, 유방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됩니다. 그래서 처방 전에 피검사와 유방 초음파, 유방촬영술(mammography) 같은 검사로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복용을 시작한 뒤에도 정기적인 점검이 뒤따라야 합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한 사람의 판단에만 기대지 않는 것입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갱년기 증상을, 종양내과나 외과 주치의는 암의 성질과 재발 위험을 각각 잘 압니다. 두 진료과가 서로의 정보를 나누고 함께 상의할 때 비로소 나에게 맞는 결론에 가까워집니다. 처방을 받았더라도 주치의에게 이 약을 먹어도 되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 아니라 당연한 절차입니다.

호르몬제가 부담스럽다면 증상별로 접근하는 비호르몬 방법도 있습니다. 열감과 불면에는 생활 리듬 조절과 함께 일부 비호르몬 계열 약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관절통에는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 체중 관리가 바탕이 됩니다. 골밀도 감소에는 칼슘과 비타민 D, 체중을 싣는 운동이 기본이며 필요하면 뼈를 지키는 전문 약을 쓰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이 맞을지는 증상의 강도, 골절 위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함께 저울질해 정합니다.

결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관절통이 심해 흔들리는 마음도, 유방암 위험이 두려운 마음도 모두 자연스럽습니다. 궁금한 점을 적어 두었다가 진료 때 하나씩 물어보고, 두 진료과의 의견을 모아 나에게 맞는 균형점을 찾아가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적인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약의 복용 여부와 대체 방법은 반드시 주치의, 그리고 처방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