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술을 받고 며칠 안에 어르신이 갑자기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있지도 않은 것을 보고, 밤새 잠들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가족은 크게 놀라게 됩니다. 이런 상태를 '수술 후 섬망(postoperative delirium)'이라고 합니다. 섬망은 주의력과 의식이 짧은 시간 안에 흐려지는 상태로, 하루 중에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특히 밤에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섬망은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과거에 뇌졸중을 앓았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져 있던 분일수록 더 잘 나타납니다. 뇌가 이미 예민해진 상태에서 마취, 수술 자체의 스트레스, 통증, 수면 부족, 낯선 병실 환경, 몸에 달린 여러 관과 장루, 일부 약물, 탈수나 감염 같은 요인이 겹치면 뇌가 견디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지는 것입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수술 후 섬망은 시간이 지나면서 원인이 정리되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가 걸릴 수 있어, 지켜보는 가족에게는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집니다. 섬망은 치매가 갑자기 심해진 것과는 다르며, 회복 뒤에는 대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다만 원래 인지 저하가 있던 분은 회복이 조금 더 더딜 수 있습니다.

가족이 도울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안경과 보청기를 껴 드려 보고 듣게 하고, 낮에는 커튼을 열어 햇빛을 들이고 밤에는 조용하고 어둡게 해 낮과 밤의 리듬을 지켜 주세요. 오늘이 며칠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부드럽게 알려 드리고, 익숙한 사진이나 물건을 곁에 두면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억지로 붙잡거나 다투기보다 곁을 지키며 안심시키는 편이 좋고, 어르신의 평소 모습과 언제부터 달라졌는지를 의료진에게 알려 주는 것이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장루를 새로 달게 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까지 겹치면 환자도 가족도 지치기 쉽습니다. 이는 시간이 필요한 별개의 적응 과정이므로, 한 번에 다 받아들이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섬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열이 나고 숨이 가빠지거나, 소변이 줄고 상처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는 등 몸의 이상이 함께 보이면 감염이나 다른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으니 곧바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대처에 대해서는 반드시 주치의나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