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이나 직장에 생긴 암을 '3기'라고 부를 때는, 암세포가 장벽을 넘어 근처의 림프절(lymph node)까지 옮겨간 상태를 가리킵니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과 주변 조직·림프절을 함께 떼어내면 치료의 가장 큰 산을 넘은 셈입니다. 그런데도 의료진이 뒤이어 항암치료를 권하는 이유는, 수술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을 함께 다루기 위해서입니다.
수술은 눈으로 확인되고 영상에 잡히는 암을 제거하지만, 이미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몸의 다른 곳으로 미세하게 흩어졌을 수 있는 암세포(미세전이, micrometastasis)까지 모두 없애지는 못합니다. 3기처럼 림프절 전이가 있었던 경우에는 이런 세포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수술 뒤에 일정 기간 진행하는 항암치료를 '보조항암요법(adjuvant chemotherapy)'이라고 부르는데, 그 목적은 남아 있을지 모를 세포를 정리해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있습니다.
보조항암은 완치를 100% 보장하는 치료가 아니라, 재발 가능성을 통계적으로 얼마간 줄여 주는 치료입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암이 퍼진 림프절 수, 세포의 특성,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로 '내 경우에 얻는 이득이 어느 정도인지'는 담당 의료진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약은 먹는 형태(경구약)와 주사 형태가 있고, 두세 가지를 함께 쓰기도 합니다.
고령이라는 점이 항암을 무조건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이 자체보다 심장·콩팥 기능, 평소 활동량, 함께 앓는 다른 병(동반질환)이 더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필요하면 노인평가(geriatric assessment)를 통해 몸이 치료를 견딜 수 있는지 가늠하고, 용량을 줄이거나 부담이 덜한 약으로 조정해 부작용과 이득의 균형을 맞추기도 합니다.
환자가 치료를 망설이거나 거부할 때, 그 마음에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지난 수술의 피로, '이 나이에 굳이'라는 생각 등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설득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무엇이 가장 걱정되는지 먼저 들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치료를 받으면 어떤 이득과 부담이 있는지, 받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의료진에게 함께 들어 보고, 한 번의 대화로 결론 내리기보다 며칠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도 방법입니다. 결정은 환자 본인의 뜻을 중심으로 하되, 가족과 의료진이 정보를 나누며 함께 만들어 가는 것(공유의사결정, shared decision making)이 바람직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환자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 권고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항암치료 여부와 방법은 개인의 병기·건강 상태에 따라 크게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