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는 동안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을 만큼만 움직이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할 수 있을 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몸 상태가 날마다 다르고, 어제는 거뜬하던 거리가 오늘은 숨이 차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컨디션 속에서 활동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재활의학에서는 '페이싱(pacing, 활동 조절)'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분들이 컨디션이 좋은 날 '오늘 몰아서 해두자'는 마음으로 평소보다 훨씬 많이 걷거나 집안일을 몰아서 합니다. 그러면 그날 저녁이나 다음 날 심하게 지쳐 며칠을 앓아눕게 되고, 겨우 회복되면 또 무리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렇게 과하게 했다가 곤두박질치는 흐름을 '부스트-크래시(boom-bust) 주기'라고 합니다. 몸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전체적인 체력은 쌓이기보다 오히려 조금씩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생각이 '에너지 봉투(energy envelope)'입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봉투 한 장에 담긴 돈처럼 여기고, 그 안에서 나누어 쓰는 것입니다. 봉투를 한 번에 다 비우면 다음 날 것을 미리 빌려 써야 하므로, 완전히 지치기 전에 미리 쉬는 편이 좋습니다. 즉 '더는 못 하겠다 싶을 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직 조금 남았을 때 멈추는 것'이 요령입니다.

실천 방법은 단순합니다. 첫째, 걷기를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 짧게 여러 번으로 나눕니다. 둘째, 오늘의 목표를 '만 보'처럼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오늘 내 몸이 감당할 만큼'으로 잡습니다. 셋째, 걸으면서 옆 사람과 대화가 될 정도의 속도를 유지합니다. 말하기 힘들 만큼 숨이 차다면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입니다. 넷째, 더위나 장마처럼 환경이 나쁜 날은 시간과 장소를 바꾸거나 쉬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합니다.

무엇보다 활동은 '강도'보다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하루 반짝 많이 하는 것보다, 적은 양이라도 며칠에 걸쳐 이어가는 편이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걷지 못한 날이 있어도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걷는 도중이나 후에 가슴 통증, 심한 어지럼, 식은땀, 한쪽 다리만 붓고 아픈 증상,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숨참이 나타난다면 활동을 멈추고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료나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안전한 운동의 종류와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거나 운동량을 늘리기 전에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