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의 표준 항암치료를 거친 뒤 의료진으로부터 '임상시험(clinical trial)을 고려해 보자'는 말을 들으면 반가움과 불안이 동시에 찾아오곤 합니다. 임상시험은 아직 정식 허가 전이거나 특정 상황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는 치료법을, 정해진 계획서(프로토콜, protocol)에 따라 신중하게 시험하는 연구입니다. '마지막 수단'이라는 인상 때문에 막연히 두려워하는 분도 있지만,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언제든 중단할 권리가 보장된다는 점을 먼저 알아두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임상시험에 곧바로 등록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적합성 확인(스크리닝, screening)' 과정을 먼저 거칩니다. 시험마다 참여할 수 있는 조건(선정기준)과 참여할 수 없는 조건(제외기준)이 정해져 있어서, 그동안 받은 치료 이력, 장기 기능을 보는 혈액검사, 영상검사, 그리고 종양의 유전자·단백질 특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가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종양의 특정 표적(바이오마커, biomarker)을 가진 환자만 참여하는 시험이 늘어, 예전 수술 때 얻은 조직만으로는 부족해 다시 조직을 얻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참여 가능 여부가 갈리므로,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릴 수 있습니다.

임상시험은 단계(상)로 나뉩니다. 초기 단계(1상)는 주로 안전한 용량과 부작용을 살피고, 중간 단계(2상)는 효과의 신호를 보며, 후기 단계(3상)는 기존 표준치료와 새 치료를 비교합니다. 일부 3상 시험에서는 어떤 치료를 받을지 무작위로 배정(randomization)하기도 하는데, 암 임상시험에서 아무 치료도 하지 않는 '순수 위약(placebo)'만 받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표준치료에 새 약을 더하거나 표준치료와 비교하는 방식입니다. 궁금한 점은 배정 방식, 위약 사용 여부, 병원 방문 횟수, 검사 부담, 비용을 어디까지 연구에서 부담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참여를 결정하기 전에는 '설명문 및 동의서(informed consent)'를 통해 목적, 예상되는 이득과 위험, 대안이 되는 치료, 참여자의 권리를 충분히 안내받게 됩니다. 이 서류에 서명한 뒤에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고, 그만둔다고 해서 이후의 표준 진료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궁금한 것은 사소해 보여도 적어 두었다가 담당 의료진이나 임상시험 코디네이터(연구간호사, research nurse)에게 물어보세요. 가족과 함께 설명을 듣고 하루 이틀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임상시험 참여 여부와 구체적인 조건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