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우 커뮤니티의 자유게시판에는 '쓰다 남은 효소제나 건강기능식품을 반값에 보내드린다'는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보충제 값이 만만치 않다 보니 아직 개봉하지 않은 통을 저렴하게 나누는 일은 반갑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만 받기 전에 두 가지를 차분히 살펴보면 좋습니다. 하나는 이런 '효소보충제(enzyme supplement)'가 실제로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남이 쓰던 제품을 안전하게 받는 방법입니다.

시중에서 '효소'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제품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소화효소(digestive enzyme)로, 아밀라아제·프로테아제·리파아제처럼 음식 속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잘게 쪼개는 것을 돕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신효소'라며 염증을 없애거나 면역을 끌어올린다고 광고되는 제품입니다. 여기서 짚어둘 점은, '효소가 종양을 녹인다'거나 '효소만 먹으면 암을 이긴다'는 식의 주장은 믿을 만한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소화를 돕는 보조 역할과, 암을 치료한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효소보충제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췌장 수술 뒤 소화액이 부족해지는 췌장외분비기능부전(pancreatic exocrine insufficiency)이나 위 절제 후 소화가 힘들 때, 의료진이 소화효소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때 쓰는 것은 환자의 상태에 맞춰 용량이 정해진 '약'에 가깝고, 인터넷이나 지인에게서 받는 일반 건강기능식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내 소화 불편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진료로 확인하는 편이 순서에 맞습니다.

남이 쓰던 제품을 받을 때는 몇 가지를 확인하세요. 첫째,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아 있는지 봅니다. 둘째, 개봉 여부입니다. 이미 뚜껑을 연 통은 습기·공기에 노출돼 성분이 변하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셋째, 보관 상태입니다. 일부 제품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이나 냉장 보관이 필요한데, 배송·보관 과정을 알 수 없다면 품질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정품 여부와 성분표시입니다. 라벨이 훼손됐거나 성분을 확인할 수 없다면 받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입니다. 일부 효소·보충제는 혈액을 묽게 하는 약과 함께 먹으면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고, 항암·표적치료의 효과나 부작용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항암 중에는 면역이 약해져 있어, 오염 여부가 불확실한 제품은 감염 위험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보충제든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약사에게 '이걸 지금 먹어도 되는지' 확인하세요.

마지막으로, 환우들 사이의 나눔은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일이지만, 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하지 않거나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정중히 사양해도 괜찮습니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무리해서 챙기기보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곳에 힘을 쓰는 편이 몸과 마음 모두에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보충제 복용이나 증상에 대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