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겪는 분들이 모인 온라인·오프라인 모임에서는 텃밭 채소나 손수 만든 음식, 회복에 도움이 된 정보, 이제는 쓰지 않게 된 용품을 서로 나누는 풍경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막상 무언가를 받게 되면 고마움과 함께 '나는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마음이 스치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나눔을 주고받는 일이 몸과 마음에 어떤 의미인지 알아 두면 그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같은 병을 지나온 사람들 사이의 지지를 의료 현장에서는 '동료 지지(peer support)'라고 부릅니다. 가족이나 의료진의 격려와는 결이 조금 다르게,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건네는 말과 손길에는 외로움과 불안을 눅여 주는 힘이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이런 또래 지지가 고립감과 우울감을 줄이고,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됩니다.
흥미롭게도 도움을 '받는' 쪽뿐 아니라 '주는' 쪽도 이득을 얻습니다. 이를 '도움 제공자 효과(helper therapy principle)'라고 합니다. 아픈 몸으로도 누군가에게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은, 환자라는 역할에 갇히기 쉬운 시기에 '나도 여전히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효능감과 삶의 통제감을 되살려 줍니다.
그러니 받는 것에 지나치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받아 주는 것 자체가 상대의 나눔을 완성해 주는 참여이며, 보답은 꼭 같은 물건일 필요도, 지금 당장일 필요도 없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의 따뜻한 댓글 한 줄, 먼저 겪은 검사나 부작용에 대한 담담한 경험담, 조용히 곁을 지키며 들어 주는 일도 훌륭한 나눔입니다.
다만 몸이 약해진 시기에는 안전도 함께 챙기면 좋습니다. 항암 등으로 면역이 떨어진 분과 음식을 나눌 때는 위생적으로 다루고 충분히 익히며, 각자의 식이 제한을 서로 물어봐 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또 공동체 안에서 오가는 '무엇이 암에 좋더라' 같은 건강 정보는 선의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실제로 시도하기 전에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나 치료, 식이·보충제와 관련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