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이나 직장 부위 수술을 받았거나 골반에 방사선치료(radiation therapy)를 받는 동안에는 그 주변 피부와 점막이 쉽게 붓고 헐거나 따끔거리곤 합니다. 이럴 때 따뜻한 물에 엉덩이 아래쪽을 담그는 '좌욕(sitz bath)'은 오래전부터 권해져 온 간단한 자기 돌봄 방법입니다. 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물의 따뜻함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항문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어 통증과 불편감을 줄이는 원리입니다.

좌욕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은 다양합니다. 치핵(hemorrhoids)이나 항문열상으로 배변 뒤 쓰라릴 때, 항문·직장 수술 뒤 상처 부위가 아플 때, 골반 방사선치료로 항문 점막이 예민해졌을 때 등입니다. 따뜻한 물이 닿으면 조이던 근육이 풀리고 배변 뒤 남은 자극물을 부드럽게 씻어내는 효과도 있습니다. 특별한 약물을 물에 타지 않아도 되며, 오히려 소금이나 세정제를 임의로 넣으면 예민한 피부를 더 자극할 수 있으니 의료진의 안내가 없다면 맑은 미온수만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38~40도 안팎의 따뜻하되 뜨겁지 않은 물을 준비하고 한 번에 10분 안팎, 하루 두세 번 정도 담그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변기에 얹는 대야형이든 휴대용 좌욕기든 도구의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청결과 온도입니다. 쓰기 전후로 도구를 깨끗이 씻어 말리고 물이 너무 뜨겁지 않은지 손으로 먼저 확인하세요. 좌욕이 끝난 뒤에는 부드러운 수건으로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눌러 물기를 없애 습기가 남지 않게 합니다.

암 치료 중이라면 몇 가지를 더 살펴야 합니다. 항암치료로 백혈구나 혈소판이 낮아진 시기에는 작은 상처로도 감염(infection)이나 출혈이 생기기 쉬우므로 물과 도구의 위생에 특히 신경 쓰고 물 온도도 지나치게 뜨겁지 않게 합니다. 수술 부위나 회음부에 벌어진 상처, 배액관, 장루가 있는 경우에는 좌욕을 시작해도 되는 시점과 방법을 반드시 담당 의료진에게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좌욕 뒤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거나 붉게 붓고 열이 나거나 고름·출혈이 보이면 자기 판단으로 계속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좌욕은 도구를 새것으로 바꾸는 문제라기보다 '따뜻한 미온수를 청결하게, 적당한 시간 동안'이라는 기본을 지키는 자기 돌봄입니다. 대야든 휴대용 기기든 자신이 앉기 편하고 세척하기 쉬운 것을 고르면 충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으니, 자신의 상태에 맞는 방법과 시작 시점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