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를 받은 뒤 "며칠 동안은 아기 곁에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사랑하는 손주나 어린 자녀를 안아주고 싶은데, 혹시 내 몸에 남은 약이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아주고 손잡고 같은 방에서 지내는 정도의 일상적인 접촉은 대체로 안전합니다. 암은 옮는 병이 아니며,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약물이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주의가 필요한 부분은 '체액'입니다. 정맥으로 맞거나 입으로 먹은 항암제는 몸에서 대사된 뒤 소변, 대변, 토사물, 땀, 침, 눈물, 그리고 생식기 분비물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약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주사를 맞은 뒤 약 48시간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까지 체액에 약물이나 그 대사산물이 섞여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어른보다 몸이 작고 방어력이 약한 신생아·영유아, 그리고 임신 중인 사람은 특히 체액에 직접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 좋습니다.

실천은 어렵지 않습니다. 화장실을 쓴 뒤에는 손을 꼼꼼히 씻고, 변기 뚜껑을 덮은 채로 물을 내리면 튀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토사물이나 대소변이 묻은 옷·침구는 다른 세탁물과 따로 빨고, 이를 치우는 보호자는 일회용 장갑을 끼는 것이 안전합니다. 치료 직후 며칠은 아기와 입을 맞추거나 침이 섞이는 접촉(같은 숟가락 사용 등)은 피하고, 볼을 맞대거나 안아주는 정도로 애정을 표현하면 됩니다. 모유 수유 중이라면 항암제가 젖으로 넘어갈 수 있어 수유는 권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한 가지 더 기억할 점은,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항암 치료 중에는 백혈구가 줄어(골수억제)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어서, 감기나 장염을 앓는 아이에게서 오히려 환자가 감염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열이 나거나 아플 때는 서로를 위해 잠시 거리를 두는 편이 좋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맞는 약이 무엇이고 며칠간 조심하면 되는지를 담당 의료진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입니다. 약마다 체외로 빠져나가는 기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주의 기간과 방법은 반드시 담당 의사·간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