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는 동안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하다 보면, 백혈구뿐 아니라 '혈소판(platelet)' 수치가 자꾸 떨어진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혈소판은 피를 멎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작은 세포 조각으로, 보통 1마이크로리터당 15만에서 45만 개 정도를 정상으로 봅니다. 이 수치가 일정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예정된 항암 주사를 한 차례 미루거나 용량을 조절하게 되는데, 이는 치료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몸을 보호하기 위한 흔한 과정입니다.

특히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를 함께 받는 '동시 항암화학방사선요법(concurrent chemoradiation)'에서는 혈소판이 더 잘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혈소판을 비롯한 혈액세포는 골수(bone marrow)에서 만들어지는데, 시스플라틴 같은 항암제와 골반 부위 방사선이 함께 골수의 생성 능력을 누르기 때문입니다. 골반에는 혈액을 만드는 골수가 넓게 분포해 있어, 이 부위에 방사선을 쬐면 혈소판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누적되어 수치가 천천히 떨어지는 양상도 드물지 않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혈소판이 팍팍 오를까" 하는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특정 음식이나 영양제를 먹어서 혈소판이 단기간에 크게 오른다는 분명한 근거는 없습니다. 골수가 회복하는 데에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고, 그동안 단백질과 열량을 고루 갖춘 균형 잡힌 식사로 몸의 회복력을 받쳐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보충제나 한약재는 간·콩팥에 부담을 주거나 치료와 부딪힐 수 있어, 드시기 전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혈소판이 낮을 때는 출혈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잇몸이나 코에서 피가 잘 멎지 않거나, 멍이 쉽게 들고, 피부에 빨간 점(점상출혈)이 돋거나, 소변·대변 색이 붉거나 검게 변하면 곧바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칫솔은 부드러운 것을 쓰고, 면도는 전기면도기를 권하며, 넘어지거나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는 작은 습관들이 도움이 됩니다.

치료가 2주씩 미뤄지는 일이 본인만의 일이 아닐까 걱정되실 수 있지만, 수치 회복을 기다리며 일정이 조정되는 것은 적지 않게 겪는 일입니다. 예정된 시스플라틴 횟수를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의료진은 그때그때의 수치와 몸 상태를 보며 가장 안전한 선에서 치료 강도를 조정합니다. 다음 일정과 회복 전망, 보충제 복용 여부 등 궁금한 점은 메모해 두었다가 진료 때 함께 여쭤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환자분의 상태에 맞는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