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코피가 나면 누구나 덜컥 겁이 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코·목 주변(두경부) 부위를 치료받는 경우에는 코와 목의 점막이 치료의 영향을 직접 받기 쉬워, 코피가 비교적 흔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코피의 대부분은 콧속 앞쪽에 모여 있는 가느다란 혈관에서 시작되며, 건조한 공기나 가벼운 점막 자극만으로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항암제는 골수에서 혈소판(platelet)을 만드는 기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혈소판은 피를 멎게 하는 역할을 하므로, 수치가 낮아지면 평소보다 쉽게 피가 나고 멎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를 맞은 뒤 7~14일 사이에 혈소판이 가장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이 시기에 코피나 잇몸 출혈, 작은 멍이 잘 생기는지 살펴보면 몸 상태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집에서 코피가 났을 때는 우선 당황하지 말고 고개를 살짝 앞으로 숙입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면 피가 목으로 넘어가 삼키게 되므로 권하지 않습니다. 코의 말랑한 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양옆에서 잡고 10~15분간 쉬지 않고 지그시 눌러줍니다. 콧등 위에 차가운 물수건을 대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지혈이 된 뒤 몇 시간 동안은 코를 세게 풀거나 후비지 말고, 가습기 등으로 실내 습도를 높여 점막이 마르지 않게 해 주세요.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지체 없이 치료받는 병원이나 응급실에 연락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15~20분 넘게 눌러도 멎지 않을 때, 피가 많은 양으로 흐르거나 짧은 사이 자주 반복될 때, 어지럼·식은땀·가슴 두근거림이 함께 올 때, 또는 38도 안팎의 발열이 동반될 때입니다. 이런 신호는 단순한 코피를 넘어선 상황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 한 번의 코피가 곧바로 큰 위험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음 진료나 피검사 때 코피가 있었다는 사실과 지속 시간, 빈도를 의료진에게 꼭 알려 주세요. 혈소판 수치를 함께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코 점막을 보호하는 방법이나 추가 조치를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걱정되는 밤을 혼자 끌어안기보다, 기록해 두었다가 의료진과 나누는 것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치료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구체적인 판단과 대처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