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직장암의 1차 항암치료에서 자주 등장하는 '폴피리(FOLFIRI)'는 두세 가지 세포독성 항암제를 묶은 기본 골격입니다. 여기에 표적치료제 한 가지를 더해 효과를 높이는데, 같은 폴피리라도 곁들이는 표적치료제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크게 보면 표적치료제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암세포의 성장 신호를 막는 '항EGFR 계열'(세툭시맙=얼비툭스, 파니투무맙 등)이고, 다른 하나는 종양으로 가는 새 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항혈관 계열'(베바시주맙=아바스틴 등)입니다.

둘 중 무엇을 쓸지는 단순히 의사 취향이 아니라, 검사 결과로 갈리는 부분이 큽니다. 가장 중요한 잣대가 종양의 'RAS·BRAF 유전자 변이' 여부입니다. RAS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항EGFR 약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권하지 않고, 변이가 없는(야생형) 경우에 한해 항EGFR 약을 고려합니다. 반면 항혈관 계열인 베바시주맙은 RAS 변이 유무와 비교적 무관하게 폭넓게 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폴피리+베바시주맙' 조합으로 안내받았다면, 유전자 검사 결과나 다른 임상적 판단이 그 방향을 가리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종양이 처음 생긴 '위치'도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왼쪽 대장(하행결장·직장)에서 시작된 RAS 야생형 종양은 항EGFR 약의 이점이 더 두드러지는 편이고, 오른쪽 대장에서 시작된 경우에는 항혈관 약 쪽이 무난하게 권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상황이라면, 시험에서 정해 둔 병용 약물 규정이나 약물 간 상호작용을 고려해 평소와 다른 조합을 안내받기도 합니다. 즉 '내성이 생겨 약을 바꿨다'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 사람에게 맞춰 1차 조합을 정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흔히 '폴피리+얼비툭스가 표준이고 내성이 오면 폴폭스+아바스틴으로 바꾼다'고 단순화해 듣기 쉽지만, 실제 순서와 조합은 유전자, 종양 위치, 전이 범위, 수술 가능성, 부작용, 임상시험 여부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짜입니다. 진료 때는 'RAS·BRAF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왜 이 조합을 골랐는지', '나중에 약을 바꾸게 되는 기준은 무엇인지'를 차분히 물어보면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약물 조합과 검사 결과의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구체적인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