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수술을 여러 차례 받은 분들 중에는 어느 순간 배가 한쪽으로 불룩해지거나, 서 있을 때·기침할 때 멍울이 도드라졌다가 누우면 다시 들어가는 경험을 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변화는 흔히 '탈장(hernia)'과 관련이 있습니다. 탈장은 배 안의 장기가 약해진 근육·근막의 틈을 통해 밀려 나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개복 수술을 한 절개 자리, 장루(인공항문, stoma)를 만든 자리 둘레, 그리고 사타구니(서혜부, inguinal region)는 탈장이 비교적 잘 생기는 부위입니다. 수술 절개부의 근막이 아무는 과정에서 약해지면 '절개부 탈장(incisional hernia)', 장루 둘레의 틈으로 장이 밀려 나오면 '장루곁 탈장(parastomal hernia)', 사타구니 통로로 밀려 나오면 '서혜부 탈장(inguinal hernia)'이라고 부릅니다.

왜 암 치료를 받은 배에서 더 잘 생길까요. 반복된 수술과 장루로 본래 닫혀 있어야 할 복벽에 인위적인 약한 지점이 생기는 점, 항암·방사선치료나 영양 저하로 상처 회복이 더딘 점, 그리고 복수·만성 기침·변비로 배에 압력이 자주 실리는 점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탈장은 처음에는 통증이 거의 없고, 누우면 들어가는 부드러운 멍울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신호는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멍울이 갑자기 단단해지고 아프며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때, 그 부위 피부가 붉거나 검게 변할 때, 배가 빵빵하게 부르며 구역·구토가 동반될 때, 가스나 대변이 전혀 나오지 않을 때입니다. 이는 장이 끼여 혈액 공급이 막히는 '감돈·교액(incarceration·strangulation)'일 수 있어 시간을 다투기 때문입니다.

치료는 탈장의 종류·크기·증상과 함께, 전신 상태와 앞으로의 암 치료 일정을 두루 고려해 정해집니다. 증상이 가볍고 위험이 낮으면 경과를 지켜보기도 하고, 보형물(메시, mesh)을 넣어 복벽을 보강하는 교정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같은 탈장이라도 어떤 분께는 비교적 가벼운 수술일 수 있고, 여러 번 수술한 배에서는 유착 때문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단한 수술'이라는 설명만으로 모든 사람의 회복 과정이 같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평소에는 무거운 물건을 갑자기 들지 않기, 변비를 예방해 배에 과한 힘이 실리지 않게 하기, 장루를 쓰신다면 둘레를 정기적으로 살피고 복대나 장루용 보조용품 사용을 의료진과 상의하기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새로 생긴 멍울이나 위에서 설명한 위험 신호가 있다면 반드시 주치의나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