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이나 호스피스 병동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환자를 돌보는 사람과 환자 사이에서 마음 상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환자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섬망(delirium)이나 치매로 의사 표현이 어려워질수록 본인이 받은 대우를 스스로 알리기 어렵기 때문에, 곁을 지키는 가족과 보호자의 관찰이 중요해집니다.
정서적 학대(emotional abuse)는 멍이나 상처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 놓치기 쉽습니다. 환자를 향해 소리치거나 윽박지르기, 모욕적인 말, 비웃음, 도움 요청을 무시하거나 일부러 미루기, 화장실 동행이나 식사·체위 변경 같은 기본적인 돌봄을 게을리하는 방임(neglect)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환자의 음식이나 물건을 동의 없이 가져가는 일, 거짓으로 기록을 남기는 일도 부적절한 처우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환자 본인에게서 나타나는 변화도 단서가 됩니다. 특정 간병인이 다가오면 갑자기 위축되거나 불안해하는 모습, 평소와 다른 침묵, 식욕 저하, 잠을 잘 못 자는 변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욕창이나 탈수 징후 등이 반복된다면 한 번쯤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는 질병 자체나 섬망 때문일 수도 있으므로, 단정하기보다 의료진과 함께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당한 상황을 마주했다면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사실을 차분히 정리하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말과 행동이 있었는지 날짜와 시간을 적어 기록으로 남기고, 가능하다면 정황을 구체적으로 메모해 둡니다. 의료기관에는 보통 환자 안전이나 고충을 담당하는 부서, 간병 인력을 관리하는 책임 간호사나 사회복지팀이 있으니, 먼저 이곳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간병인이 외부 업체 소속이라면 해당 업체에도 함께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해결하기 버겁다고 느껴질 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노인학대를 신고·상담할 수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전화 1577-1389)과 보건복지상담센터(129) 등이 있어, 상황 판단과 대응 방법에 대해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위급하거나 신체적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생의 어느 시점에 있든, 존엄과 편안함을 지키며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상황에 대한 의학적·법률적 판단이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결정이 필요할 때는 담당 의료진과 병원의 담당 부서, 관련 상담기관과 반드시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