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를 단 채로 지냈던 시간을 떠올리면 지금이 좀 신기하다. 복원 수술을 받고 퇴원한 지 600일이 훌쩍 넘었으니, 햇수로 따지면 거의 2년이 다 됐다. 그런데 막상 그 무렵을 돌아보면 날짜를 세던 버릇만 또렷하게 남아 있다. 며칠 차, 또 며칠 차.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이 수술 후 몇 번째 날인지부터 헤아렸으니까.
요즘은 그냥 평범하게 먹는다. 아침에 삼각김밥 하나 까먹고, 외출했다가 출출하면 김밥 한 줄, 점심엔 막국수에 김치 얹어서. 저녁엔 닭곰탕 같은 따뜻한 국물 한 그릇. 별거 아닌 메뉴인데, 한때는 이게 다 무서운 도전이었다. 매운 김치를 입에 댔다가 탈이 날까, 찬 음식이 배를 뒤집어 놓을까, 한 입 한 입 눈치를 봤다. 지금은 수박을 여섯 조각씩 베어 물어도 그냥 맛있다. 그 사실이 가끔 울컥하게 한다.
장이 다시 제 길을 찾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복원했다고 다음 날부터 멀쩡해지는 게 아니라, 몸이 새 배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 처음 몇 달은 화장실 가는 횟수도 들쭉날쭉하고, 갑자기 급해지는 통에 외출이 겁났다. 그래서 식단이며 시간이며 다 기록했다. 뭘 먹으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나만의 데이터를 쌓듯이. 그러다 보면 어느새 패턴이 잡히고, 어느 날 문득 '아, 오늘은 한 번도 신경 안 썼네' 싶은 순간이 온다.
지방으로 훌쩍 떠나 바람 쐬고 온 날이 있었다. 차로 몇 시간 달려 산골 동네에 도착하고, 거기서 밥 먹고 또 돌아오고. 별일 아닌 당일치기인데 이런 게 그렇게 좋았다. 한때는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는데, 그 긴장이 풀렸다는 게 회복의 진짜 신호 같다. 몸이 나아지는 건 검사 수치보다 이런 일상의 작은 자유에서 먼저 느껴진다.
혹시 지금 복원을 앞두고 있거나 막 마친 분이 이 글을 본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엔 느리고 불안하지만, 몸은 분명히 자기 속도로 자리를 잡는다. 날짜 세던 습관이 어느새 사라지는 날, 그게 회복이다.
이건 제 개인적인 회복 이야기일 뿐이라, 몸 상태나 식사는 사람마다 다르니 꼭 주치의와 상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