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진행성 대장암 진단을 받고도 늘 씩씩하던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복통으로 입원을 하셨습니다. 그 뒤로 상황이 빠르게 나빠지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일이 어떤 건지,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어제까지 농담도 하시던 분이 며칠 만에 말이 어눌해지고, 체중이 쑥 빠지고, 잘 못 드시고. 이게 약 때문인지 병 때문인지조차 알 수 없어서 더 무섭죠.
장이 막혀 가스가 안 나가는 장폐색, 다른 장기로 번진 전이, 거기에 또 장루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한꺼번에 듣게 되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게다가 의료진이 "수술 도중 합병증이나 패혈증으로 못 깨어나실 수도 있다"고 미리 짚어주면, 그 한마디가 자꾸 귓가에 맴돌아 잠도 안 옵니다. 이건 의료진이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에서 큰 수술을 할 때 솔직하게 알려야 하는 위험이라서 그렇습니다. 미리 들어두면 마음은 더 무겁지만, 그래도 아는 게 낫습니다.
이런 시기에 가장 힘든 건, 옆에 붙어 있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는 죄책감입니다. 애들도 봐야 하고 일도 나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환자분 곁을 24시간 지키는 것만이 효도는 아닙니다. 짧게라도 손 잡아드리고, 좋아하시던 노래 틀어드리고, "엄마 사랑해" 한마디 건네는 시간이 길게 앉아 있는 것보다 더 오래 남습니다.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게 이미 충분히 많은 일입니다.
호스피스를 알아보는 것도 포기가 아닙니다. 통증을 덜어드리고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시도록 돕는 적극적인 돌봄이에요. 수술을 더 하는 게 나은지, 완화 치료로 방향을 트는 게 나은지는 정답이 없습니다. 환자분 상태, 본인의 의사, 가족의 마음을 같이 놓고 의료진과 솔직하게 상의하는 게 최선입니다. 결정이 어려우면 완화의료 상담을 한 번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 말은 꼭 하고 싶어요. 무서워하는 당신도 돌봐야 합니다. 끼니 거르지 말고, 잠깐이라도 눈 붙이고, 울고 싶으면 우세요. 보호자가 무너지면 아무도 챙길 수가 없습니다. 같은 길을 먼저 걸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때가 있습니다.
여기 적은 내용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분들과 마음을 나누려고 정리한 것이지, 치료 결정을 대신해 줄 수는 없어요. 어머니의 일은 꼭 주치의와 상의해서 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