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 가장 무서워한 게 수술도 아니고 항암이었습니다. 머리 빠지고 토하고 몸 망가지는 그림이 먼저 떠오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항암은 죽어도 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그 스트레스가 눈에 보이니까, 도대체 어떤 경우에 항암을 건너뛸 수 있는 건지 제대로 알아두고 싶었습니다.
먼저 알게 된 건, 유방암이라고 다 같은 유방암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지(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허투(HER2)라는 단백질이 양성인지 음성인지, 그리고 암세포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를 보는 Ki-67 수치, 이런 것들 조합에 따라 치료 방향이 꽤 달라지더군요. 호르몬 양성에 허투 음성인 타입은 비교적 순한 축에 속한다고들 하고, 이 경우엔 항암 대신 호르몬 치료(항호르몬제)를 중심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호르몬 양성이면 무조건 항암 안 한다"는 건 또 아니었습니다. 종양 크기, 림프절로 번졌는지 여부, Ki-67이 얼마나 높은지, 이런 게 다 변수더라고요. 애매한 구간에 있는 환자들은 종양을 떼서 유전자 검사(흔히 온코타입이나 맘마프린트라고 부르는 것들)를 돌려보고, 그 점수가 낮게 나오면 항암을 빼고 호르몬 치료만, 높게 나오면 항암을 더하는 식으로 결정합니다. 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곳에 흩어진 다발성이라거나, 전절제를 한다거나 하는 사정들도 의사가 그림을 그릴 때 같이 본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마음을 좀 놓은 건, 항암을 한다 안 한다를 환자나 보호자가 감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이런 검사 결과를 근거로 정한다는 걸 알고 나서였습니다. 막상 검사 점수가 낮게 나오면 "안 해도 됩니다"라는 말을 의사 입으로 듣게 되는 거고, 반대로 점수가 높으면 무서워도 하는 게 본인한테 이득인 상황인 거죠. 그러니 미리부터 "절대 안 해"로 못 박기보다, 결과 보고 같이 판단하자고 아내를 다독였습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 보면 항암 없이 호르몬 치료만으로 지내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매일 약 한 알 먹고 정기검진 받으면서 평범하게 사시는 분들요. 물론 호르몬제도 안면홍조나 관절 뻐근함 같은 나름의 부작용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항암에 비하면 일상 유지가 훨씬 수월하다는 후기가 많아서, 그 점이 아내한테 큰 위안이 됐습니다.
지금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결론을 못 냈지만, 적어도 무작정 겁먹는 단계는 지난 것 같습니다. 같은 고민 하시는 분 계시면, 본인 종양의 타입부터 정확히 확인하고 유전자 검사 가능 여부를 주치의와 꼭 상의해 보시길요. 여기 적은 건 어디까지나 보호자로서 알아본 내용이라, 실제 치료 결정은 꼭 담당 선생님과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정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