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에서 유방암이 확인되고, 대학병원 옮겨서 피검사에 CT에 뼈스캔에 온갖 검사를 다 받고 나면, 그다음이 교수님 만나는 날이다. 그 진료를 앞두고 잠이 안 온다는 분들 정말 많다.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한데 정작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막연히 무섭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그날 보통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미리 그림을 그려두면 한결 덜 떨린다.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가는 진료에서는 대개 네다섯 가지가 한 묶음으로 정리된다. 종양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림프절을 비롯해 다른 곳으로 번진 흔적이 있는지, 그걸 종합한 병기(기수)가 몇인지. 여기에 조직검사로 나온 암의 성격, 그러니까 호르몬 수용체(ER·PR)가 양성인지, HER2가 어떤지, 증식 속도를 보는 Ki-67 수치는 어떤지가 더해진다. 이 조합에 따라 같은 유방암이라도 치료의 결이 꽤 달라진다.
그리고 사장 궁금한 거. 그래서 어떻게 치료하느냐. 보통 수술을 먼저 할지, 아니면 항암을 먼저 해서 종양을 줄여놓고 수술할지 방향을 잡아준다. 호르몬 양성이면 수술 뒤 오래 먹는 호르몬 약 이야기가 나오고, HER2 양성이면 거기에 맞는 표적치료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다만 첫 진료에서 모든 게 칼같이 확정되지 않을 때도 있다. 추가 조직검사나 정밀 분석 결과를 더 기다려야 최종 그림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아직 한 가지가 안 나왔으니 다음에 정합시다" 같은 말을 들어도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막상 진료실에 들어가면 머리가 하얘진다. 그래서 묻고 싶은 걸 미리 종이에 적어가는 걸 추천한다. 내 병기가 정확히 몇 기인지, 암 타입이 뭔지, 수술이 먼저인지 항암이 먼저인지, 치료 기간은 대략 얼마나 잡아야 하는지. 가능하면 보호자랑 같이 들어가서 한 사람은 듣고 한 사람은 받아 적으면 좋다. 짧은 시간에 정보가 쏟아져서 혼자서는 절반도 기억 못 하는 게 보통이거든. 녹음을 양해받는 분들도 있다.
사실 진단명이 붙는 순간부터 결과 듣는 날까지가 제일 깜깜한 구간이다. 정보가 없으니까 상상만 자꾸 나쁜 쪽으로 가고. 근데 교수님 진료가 끝나고 나면 의외로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는 사람이 많다. 막연하던 게 윤곽이 잡히고, 할 일이 생기니까. 지금 너무 무서운 건 당연한 거고, 그 불안을 억지로 누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흐름일 뿐이고, 내 몸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치료 결정은 진료실에서 주치의와 나눠야 한다는 거, 그것만 기억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