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은 치료를 잘 마쳤다 싶다가도 다시 고개를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술과 항암을 끝내고 한동안 추적관찰을 하는데, 막상 그 기간에도 CA-125 수치가 시원하게 한 자리로 안 떨어지고 20 근처에서 맴도는 분들이 있다. 그러다 어느 날 수치가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고, 영상에서 림프절이 붓거나 복막 쪽에 1cm도 안 되는 자잘한 병변이 다시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보호자 입장에선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다.

이럴 때 의료진이 가장 먼저 따지는 건 '이전에 어떤 약을 썼고, 거기에 내성이 생겼느냐'다. 예를 들어 탁셀 계열을 두 번이나 돌려 썼다면 그 약은 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대신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의 도세틸 리포좀(흔히 케릭스라고 부르는 약)처럼 아직 손대지 않은 약제가 남아 있으면, 의료진은 그걸 '비상금'처럼 아껴두려는 경향이 있다. 언제든 꺼내 쓸 카드는 남겨두고, 지금 당장 잡을 수 있는 다른 기회부터 챙기자는 판단이다.

그 다른 기회가 바로 임상시험인 경우가 많다. 등록 마감이 임박했거나 환자 상태가 조건에 딱 맞을 때, 담당 교수가 '이건 한번 해볼 만하다'며 권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먹는 표적치료제 임상이 늘어서, 입원 없이 알약으로 진행되는 연구도 있다. 다만 임상은 아무나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보통 조직검사로 특정 유전자나 단백 발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조직을 보내고 결과를 받기까지 1~2주쯤 걸리는데, 이 대기 시간이 보호자에겐 제일 애가 탄다. '그동안 암이 더 커지면 어쩌나' 싶은 거다.

그 불안에 대해선 대개 의료진도 미리 짚어준다. 몇 주 정도 기다린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길어도 두 달은 넘기지 않게 일정을 잡겠다고 말이다. 처음 듣는 생소한 약 이름이 동의서에 적혀 있으면 검색해보고 별 정보가 없어 더 막막할 수 있는데, 신약 임상일수록 정보가 적은 게 당연하다. 그럴 땐 인터넷 검색보다 담당 의료진이나 임상시험 코디네이터에게 부작용, 복용 방법, 검사 일정을 직접 물어보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스크리닝을 통과하면 보통 며칠 안에 약 처방으로 이어지지만, 연구마다 일정이 제각각이라 단정하긴 어렵다. 중요한 건, 임상이 안 맞더라도 아껴둔 약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선택지가 하나 닫혀도 다음 카드가 있다는 게 작지 않은 위안이 된다. 같은 길을 먼저 걸은 보호자들의 경험담이 큰 힘이 되긴 하지만, 사람마다 병의 양상과 몸 상태가 달라서 결국 우리 환자의 결정은 담당 의료진과 함께 내리는 게 맞다.

이 글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분들과 정보를 나누려는 것일 뿐, 치료 방향은 꼭 주치의와 상의해서 정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