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같이 투병하는 분들 단톡방으로 "올리브유 같이 사실 분?" 하는 제안이 올라왔다. 항암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다, 투병 중인 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뭐 이런 설명이 한참 붙어 있었다. 그런데 가격을 보고 손이 멈췄다. 750ml 한 병에 15만 원에서 살짝 모자라는 값. 같이 사면 30%를 깎아준다는데 그래봐야 10만 원이다. 나는 됐다고 했다. 안 그래도 힘든 사람들 지갑 여는 자리에 우리 모임 간판을 빌려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요새 SNS를 켜면 낯익은 얼굴들이 그 비싼 기름을 들이켜면서 "이거면 끝난다"는 투로 자꾸 흔들어댄다. 광고라는 표시는 구석에 깨알같이. 그런 게 며칠 이어지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지더라. 그래서 내가 주워들은 선에서 몇 가지만 정리해두려 한다. 의사도 약사도 아니지만, 적어도 속는 건 면해보자는 생각으로.

일단 값부터 따져보자. 진짜 윗급 기름은 우리한테까지 올 양이 남질 않는다. 따고 거르는 단계에서 세계 곳곳 고급 식당이며 입맛 까다로운 사람들이 죄다 가져가 버린다. 한국에 쪼끔 들여오는 분들도 예약 받기 시작하면 반나절이면 동이 난다. 사정이 이런데 "환자용 특별 기름"이라며 동네 마트 값의 몇 배를 부른다? 그 셈법부터 한 번 갸웃거려도 된다.

자랑처럼 내세우는 그 성분도, 들춰보면 숫자 장난이 끼어 있다. 어떤 판매 페이지엔 항염 성분이 750이나 들었다는 식으로 큼지막하게 박아놓는데, 한 입 먹을 때 그만큼 들어오는 줄 착각하게 만든다. 알고 보면 1kg에 '최대' 750mg, 비율로 0.075%가 천장이라는 소리다. 적어도 이만큼은 보장한다도 아니고, 잘 나와봐야 이 정도라는 뜻을. 게다가 다른 기름엔 이게 없다시피 하다고 깎아내리는데 그건 틀린 말이다. 제대로 된 엑스트라버진이면 삼킬 때 목 안쪽이 알싸하게 톡 쏜다. 그 매콤함이 바로 그 성분이다. 라벨값 비싸지 않아도 입으로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성분으로 암을 잡는다는 논문이 수두룩하다고들 하는데, 정작 묵직한 학술지에 실린 결론은 "염증을 좀 가라앉혀 준다" 언저리다. 염증이 불씨가 되는 일부 암을 미리 막는 데 보탬이 될까 말까지, 한창 치료받는 사람이 기름 한 술에 매달릴 근거는 못 된다. 웃긴 건, 그렇게 항암을 외치는 제품들이 정작 아마존 같은 해외 쇼핑몰엔 코빼기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용 마케팅으로만 도는 셈이지.

그래서 뭘 사느냐. 라벨 몇 군데만 보면 된다. 가장 윗등급인 엑스트라버진인지, 열 안 가하고 짜낸 방식인지(전통적인 압착이든 원심분리로 뽑는 신식이든 둘 다 괜찮다), 유기농인지, 그리고 산지가 어디인지. 지중해 쪽, 그러니까 장화 모양 그 나라나 그 옆 반도 나라 정도면 무난하다. 빈속에 들이켜기보다 음식에 곁들이는 쪽이 낫다. 샐러드는 기본이고 오믈렛이나 계란프라이에 둘러 먹어도 맛있다. 발연점이 180도라 튀김도 못 할 건 없지만, 향이 세고 값도 아까워서 굳이 그렇게까진 안 권한다. 결국 마트에서 집히는 멀쩡한 한 병이면 충분하다는 말.

아픈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서럽다. 거기에 비싼 기름 사느라 속까지 끓이지는 말자. 이건 처방이 아니라 그냥 옆자리에서 거드는 잔소리 정도니까, 뭘 먹고 어떤 보조식품을 들일지는 꼭 담당 선생님하고 상의부터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