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플 수술을 받은 지 이제 다섯 달이 지났다. 췌장 머리에 생긴 암이라 췌장 일부와 십이지장, 담낭, 쓸개관까지 한꺼번에 떼어내고 다시 연결하는 큰 수술이었다. 퇴원할 땐 살았다는 안도감뿐이었는데, 진짜 적응은 집에 돌아와 밥상 앞에 앉으면서 시작됐다.

처음 한 달은 한 끼를 다 비우는 게 숙제였다. 예전 양의 절반만 먹어도 배가 빵빵하게 부르고, 조금 무리하면 곧장 속이 더부룩하고 설사로 이어졌다. 췌장이 소화효소를 예전만큼 못 만들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식사 때마다 소화효소제를 챙겨 먹는다. 깜빡하고 거른 날은 변이 기름지게 둥둥 뜨고 화장실을 들락거려서, 이제는 약을 밥보다 먼저 챙긴다.

식사는 하루 세 끼에서 다섯, 여섯 번으로 쪼갰다. 한 번에 많이 먹을 수가 없으니 조금씩 자주 먹는 수밖에 없다. 기름진 튀김이나 삼겹살은 아직도 부담스러워서 멀리하고, 부드럽게 익힌 채소와 흰살생선, 두부, 죽처럼 순한 것 위주로 간다. 아내가 처음엔 뭘 차려야 할지 막막해했는데, 이제는 둘이 손발이 제법 맞는다.

예상 못 한 건 혈당이었다. 췌장이 인슐린도 만드는 장기라, 일부를 떼어내고 나니 밥만 먹으면 혈당이 쑥 올라갔다. 결국 당뇨약을 먹게 됐고, 손가락 끝을 찔러 혈당을 재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단 음식과 흰쌀밥을 줄이고 잡곡으로 바꾸니 숫자가 그나마 얌전해졌다. 암 치료하다가 당뇨까지 챙기게 될 줄은 몰랐다.

체중은 수술 전보다 한참 빠졌다가 요즘 겨우 멈췄다. 한동안은 거울 보기가 싫었는데, 영양사 선생님이 살을 찌우는 게 곧 체력이라며 단백질을 꼭 챙기라고 했다. 그 말 듣고부터 끼니마다 계란이든 생선이든 단백질 한 가지는 꼭 올린다. 살이 더 안 빠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놓인다.

돌아보면 수술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었다. 소화효소제, 혈당 측정, 잘게 나눈 식사… 번거롭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같은 수술을 앞둔 누군가가 있다면, 처음 몇 달은 누구나 헤맨다고, 천천히 자기 몸에 맞는 리듬을 찾으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은 한 환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나눈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식사·약·혈당 관리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 영양사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