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던 날, 간호사가 장루 주머니 가는 법을 한 번 더 보여줬다. 병원에선 다 알아들은 줄 알았는데, 집 화장실 거울 앞에 혼자 서니 손이 굳었다. 배에 동그랗게 자리 잡은 장루는 생각보다 붉고, 살짝 부어 있었다. 내 몸인데 내 것 같지 않은 그 느낌이 제일 낯설었다.
처음 며칠은 주머니 한 번 가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피부 보호판을 장루 크기에 맞게 오리는 것부터 손이 떨렸다. 너무 크게 자르면 새고, 너무 작게 자르면 장루를 눌러 아프다는데, 그 사이를 가늠하는 게 어찌나 어렵던지. 한 번은 다 붙이고 났더니 가장자리가 들떠서, 결국 떼고 처음부터 다시 했다. 그날 밤엔 괜히 코끝이 시큰했다.
제일 겁났던 건 새는 일이었다. 자다가 축축한 느낌에 깬 새벽, 이불을 걷어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누구한테 하소연할 데도 없고, 이걸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 마음이 푹 가라앉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한 번 크게 겪고 나니 다음엔 좀 덜 무서웠다. 피부가 깨끗하고 건조할 때 붙여야 잘 붙는다는 걸, 실패하면서 몸으로 배웠다.
음식도 조금씩 알아갔다. 콩이나 양배추를 많이 먹은 날은 가스가 차서 주머니가 풍선처럼 부풀었고, 물을 적게 마신 날은 출구가 막힌 듯 뻑뻑했다. 누가 정해준 게 아니라 내 장루가 가르쳐주는 식이라, 수첩에 그날 먹은 걸 적어두기 시작했다. 그 메모가 쌓이니 어느새 내 몸의 리듬이 보였다.
두어 달쯤 지났을까. 어느 날 아침, 주머니를 갈면서 문득 깨달았다. 거울도 안 보고 손끝 감각만으로 보호판을 붙이고 있었다. 시간을 재보니 10분도 안 걸렸다. 별것 아닌 일에 혼자 픽 웃음이 났다. 그 무섭던 게 어느새 양치질처럼 하루 일과가 되어 있었다.
지금도 가끔 새고, 가끔 피부가 헐어 속상하다. 그래도 처음 그 거울 앞에 굳어 있던 나를 떠올리면, 여기까지 온 게 대견하다. 혹시 오늘 처음 이걸 마주한 누군가가 있다면, 며칠만 버텨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손은 생각보다 빨리 익숙해진다. 그리고 이 주머니를 달고도 밖에 나가고, 웃고, 밥 먹는 평범한 하루가 다시 온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나누기 위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장루 관리 중 새거나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담당 의료진이나 장루 전문 간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