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코막힘이나 얼굴이 무겁게 눌리는 느낌처럼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증상도 다른 무게로 다뤄집니다. 부비동염(축농증, sinusitis) 수술을 두고 '지금 말고 나중에 하자'는 말을 들으면, 환자 입장에서는 지금 가장 괴로운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결정은 증상이 얼마나 심한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대개 서로 다른 네 가지 축이 겹치는 자리에서 시기가 잡힙니다.
첫째는 혈구 수치입니다. 항암제는 암세포와 함께 골수도 억제해 백혈구, 그중에서도 세균 방어를 맡는 호중구(neutrophil)와 지혈을 담당하는 혈소판(platelet)을 떨어뜨립니다. 호중구가 낮은 시기에 수술을 하면 수술 자리가 감염이 들어오는 길이 될 수 있고, 혈소판이 낮으면 코 점막처럼 혈관이 촘촘한 부위에서는 출혈을 멎게 하기가 까다로워집니다. 그래서 수술 날짜는 '증상이 가장 힘든 날'이 아니라 '수치가 회복되는 구간'에 맞춰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암 주기마다 수치가 가장 낮아지는 시점과 회복되는 시점이 대략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그 부비동염이 얼마나 무거운 감염 병소인가입니다. 조혈모세포이식(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처럼 상당 기간 면역이 낮게 유지되는 치료를 앞두고 있으면, 치아나 부비동에 남아 있는 만성 염증을 미리 정리해 두자는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 활동성 감염 소견이 뚜렷하지 않고 약으로 조절되는 상태라면, 몸이 견딜 수 있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같은 CT 사진을 두고도 진료과에 따라 판단의 무게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는 일정입니다. 남은 항암 횟수, 이식을 준비하는 과정, 수술 뒤 회복에 필요한 기간이 서로 맞물립니다. 회복에 몇 주가 필요한 수술을 다음 항암 직전에 끼워 넣으면 전체 치료 일정이 밀릴 수 있어, 순서를 바꾸는 쪽이 낫다고 보기도 합니다. 미루자는 말이 반드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며, 순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넷째는 전신 상태와 마취 부담입니다. 대기실 의자에 눕고 싶을 만큼 기운이 없는 날이 이어진다면, 그 자체가 수술을 미루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원인을 찾기 위해 입원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빈혈, 탈수, 전해질 이상, 숨은 감염, 갑상선이나 부신 같은 내분비 문제가 겹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과를 함께 다니는 환자에게 '이 상태로 퇴원하셨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이때 필요한 일은 어느 과가 옳은지 가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소견이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입니다.
다음 진료 전에 종이 한 장에 옮겨 적어 두면 대화가 짧아집니다. 하루 중 언제 가장 힘든지와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체온을 잰 시각과 숫자, 최근 체중 변화, 하루에 마신 물과 먹은 양, 코막힘이 한쪽인지 양쪽인지, 콧물의 색과 냄새, 얼굴 통증의 위치, 후각 변화, 최근 혈액검사에서 호중구와 혈소판, 혈색소가 어떤 흐름으로 오르내렸는지를 적습니다. 여기에 '어느 과가 어떤 말을 했는지'를 그대로 옮겨 적어 두면, 다른 과 진료에서 다시 설명할 때 내용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다만 기다리지 말고 바로 연락해야 하는 신호도 있습니다. 38도 이상의 발열, 특히 호중구가 낮은 시기의 발열, 한쪽 얼굴이나 눈 주위가 붓고 아픈 경우, 눈이 튀어나온 느낌이나 시야 변화·복시, 코 안쪽의 검은 딱지, 멎지 않는 코피, 심한 두통이나 의식이 흐려지는 느낌이 그렇습니다. 면역이 낮은 시기의 부비동 감염은 드물지만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스스로 판단해 지켜보기보다 담당 의료진에게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치료 순서와 수술 시기는 진단명, 검사 수치, 치료 단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