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는 동안 부모님이 부쩍 마르고 기운이 없어 보이면, 가족은 무엇이라도 채워 드리고 싶어집니다. 병원 비급여 안내표에 적힌 '비타민D 주사' 같은 항목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입니다. 다만 영양 보충은 '몸에 좋아 보이는 것을 하나 더하는 일'이라기보다,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지 확인한 뒤 정해진 만큼 채우는 일'에 가깝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효과는 불확실해지고, 확인해야 할 다른 문제가 가려질 수 있습니다.

비타민D 부족은 암 치료를 받는 분들에게 드물지 않게 관찰됩니다. 치료 기간에는 바깥 활동과 햇빛 노출이 줄고, 식사량 자체가 적어지며, 소화기 수술이나 소화효소 부족으로 지방 흡수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fat-soluble vitamin)이라 지방이 잘 흡수되지 않으면 함께 떨어지기 쉽습니다. 특히 췌장·담도·위장관 수술을 받은 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변이 물 위에 뜨고 냄새가 심해지는 변화가 있다면, 보충제 종류를 고르기 전에 지방 소화 자체를 도와야 하는 상황일 수 있으므로 진료 때 이야기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진료 현장에서는 보충 전에 혈중 25-하이드록시비타민D(25(OH)D) 수치를 먼저 확인합니다. 이 수치가 실제로 낮은지, 낮다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필요한 양과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때 칼슘(calcium), 인(phosphorus), 알부민, 부갑상선호르몬(PTH), 알칼리인산분해효소 같은 항목을 함께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칼슘이 경계선이거나 인이 낮게 나오는 것은 단순한 섭취 부족일 수도 있지만, 신장 기능, 부갑상선, 사용 중인 약, 오랜 저섭취 뒤 갑자기 영양을 늘렸을 때 생기는 전해질 변화 등 여러 원인이 겹쳐 있을 수 있습니다. 원인을 나누어 보지 않은 채 주사부터 맞으면, 수치가 움직인 이유를 나중에 해석하기 어려워집니다.

주사와 먹는 약의 차이도 알아 둘 만합니다. 고용량 주사는 한 번에 끝난다는 점에서 간편해 보이지만, 몸에 남는 기간이 길어 용량이 과했을 때 조절이 어렵다는 성질이 있습니다. 비타민D가 지나치면 혈중 칼슘이 올라 메스꺼움, 심한 갈증, 잦은 소변, 변비, 기운 없음, 정신이 흐릿한 느낌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항암 치료 중 흔한 부작용과 겹쳐 보여 원인을 가리기 어렵게 만듭니다. 반대로 매일 또는 매주 나누어 먹는 방식은 수치를 보며 조정하기가 수월합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결핍 정도, 흡수 상태, 콩팥 기능, 함께 쓰는 약에 따라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주치의가 보조요법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을 '무관심'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대개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중의 여러 보조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거나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리고, 고용량 항산화 성분이나 일부 생약 성분은 항암제·표적치료제의 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간이나 콩팥에 부담을 주어 치료 일정 자체를 미루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보충은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치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필요한 것만, 확인하면서'에 가깝습니다. 결핍이 확인된 영양소를 채우는 일과, 효과가 불확실한 제품을 여러 개 겹쳐 쓰는 일은 성격이 다릅니다.

진료실에서는 '이 주사 해주실 수 있나요'보다 다음처럼 물어보면 대화가 이어지기 쉽습니다. 첫째, 다음 채혈 때 비타민D 수치를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는지. 둘째, 결핍으로 나오면 먹는 약과 주사 중 지금 몸 상태에 무엇이 맞는지. 셋째, 칼슘이 경계선이고 인이 낮게 나온 이유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 넷째, 지금 복용 중인 제품 가운데 치료와 겹쳐 쓰지 않는 편이 좋은 것이 있는지. 집에서 드시는 영양제와 건강식품은 이름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 가면 확인이 빠릅니다.

한편 실제 영양 상태를 좌우하는 것은 주사 한 대보다 하루에 들어가는 열량과 단백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체중이 계속 줄고 있다면 병원 영양상담이나 영양집중지원팀(nutrition support team) 상담을 요청해 식사량과 보충 음료를 함께 조정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요양병원에 다시 가지 않겠다는 뜻을 존중하면서도, 체중·식사량·활동량을 간단히 적어 두었다가 외래에서 보여 드리면 의료진이 상태를 훨씬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영양제나 주사제의 사용 여부와 용량은 검사 결과와 치료 계획에 따라 달라지므로, 시작하거나 중단하기 전에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