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마치고 몇 해가 지나면, 정해진 간격으로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받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용종이 발견되어 함께 제거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술을 받은 지 하루 이틀 뒤부터 배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하면,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내시경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간상 가장 가까운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늘 순서대로만 오지 않아서, 시술과 무관한 다른 문제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기도 합니다.
먼저 용종 절제 후에 있을 수 있는 불편을 정리해 보면, 가스가 차서 배가 더부룩하거나 절제 부위가 뻐근한 정도의 느낌은 흔히 하루 이틀 안에 가라앉습니다. 반면 절제 부위를 전기로 지지는 과정에서 장벽에 염증이 생기는 절제후 응고증후군(post-polypectomy coagulation syndrome), 며칠 뒤 나타나는 지연성 출혈, 드물게 생기는 천공(perforation)은 다릅니다. 천공이 있으면 배가 널빤지처럼 단단해지고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증상만으로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에 함께 떠올려 볼 병이 급성 담낭염(acute cholecystitis)입니다. 담낭(쓸개)에 있던 담석이 담낭관을 막으면 담즙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이면서 염증과 감염이 생깁니다. 대표적인 신호는 명치나 오른쪽 윗배의 심한 통증, 오른쪽 어깨나 등으로 뻗치는 통증, 오한이 들면서 이불을 겹쳐 덮게 되는 한기와 뒤이은 발열, 식은땀, 메스꺼움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나 밤중에 통증이 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통증이 잠깐 가라앉았다가 다시 심해지는 양상도 흔해서, '괜찮아졌으니 됐다'고 넘기기 쉽습니다.
진단에는 보통 복부 초음파가 먼저 쓰이고, 필요에 따라 CT나 혈액검사(백혈구·CRP·간효소·빌리루빈)를 함께 봅니다. 처음 진료에서 영상검사 없이 경과를 보자고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는데, 초기 증상이 여러 병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처음 설명'보다 '그 뒤의 변화'입니다.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줄지 않거나, 오한·발열이 동반되거나, 통증 때문에 허리를 펴기 힘들거나, 눈·소변 색이 변한다면 다시 평가받아야 할 상황입니다. 이때는 처음 진료를 본 곳에 다시 알리거나 응급실을 찾는 편이 안전하며, 진료 때 '언제부터,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시간 순서로 전하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치료의 기본은 담낭절제술(cholecystectomy)이고, 상태가 허락하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수술하는 흐름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염증이 심해 주변 조직이 부어 있거나 전신 상태가 수술을 견디기 어려울 때는, 먼저 담낭에 관을 넣어 고인 담즙과 고름을 빼내는 경피적 담낭배액술(PTGBD, percutaneous transhepatic gallbladder drainage)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옆구리에서 간을 지나 담낭까지 가느다란 관을 넣는 시술로, 대개 부분마취로 진행되며 막혀 있던 압력이 풀리면서 통증이 빠르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수술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힌 뒤 더 안전한 조건에서 수술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단계로 이해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 간격은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사람마다 다르게 정해집니다.
배액관과 주머니를 달고 지내는 동안에는 몇 가지를 챙기면 생활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관이 당겨지거나 꼬이지 않게 옷 안쪽에서 고정하고, 하루에 나오는 양과 색을 간단히 적어 두면 진료 때 유용합니다. 샤워나 드레싱 방법은 병원마다 안내가 다르므로 퇴원 전에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나오는 양이 갑자기 줄거나 없어질 때, 관 주위가 붉게 붓고 아플 때, 다시 열이 나거나 통증이 심해질 때, 관이 빠지거나 위치가 달라진 것 같을 때는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연락해야 합니다.
위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면 고려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위절제 후에는 담낭 운동과 담즙 흐름이 달라져 담석이 생기는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이전 개복 수술로 복강 내 유착이 있으면 복강경 접근이 어려워 수술 계획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 수술 기록을 가진 병원이나 상급 의료기관에서 상의하도록 안내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을 옮길 때는 영상 CD와 판독지, 이전 수술기록지, 배액관 시술 기록, 최근 혈액검사, 복용 중인 약(특히 항혈전제) 목록을 함께 챙기면 같은 검사를 반복하지 않고 이어서 진료받기 쉽습니다.
정기 검진을 성실히 받아 온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억울함과 불신이 함께 밀려옵니다. 그 감정 자체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다만 지나간 판단을 되짚는 일과, 지금 몸을 안전하게 회복시키는 일은 나누어 생각하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남은 의문이 있다면 다음 진료에서 기록을 근거로 차분히 물어볼 수 있고, 그것도 치료의 한 부분입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치료 방침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판단과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