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앞두고 입원 가방을 쌀 때 뜻밖에 오래 붙잡게 되는 물건이 신발입니다. 편하게 신던 슬리퍼를 챙기려다 '그건 곤란하다'는 안내를 받고, 그러면 운동화는 되는지, 학교에서 신던 흰 실내화를 사야 하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병원이 유난을 떠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규정은 대개 낙상 예방이라는 한 가지 목적에서 나온 것입니다.

위나 배를 여는 수술을 받고 나면, 의료진은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침대에서 내려와 걷도록 권합니다. 몸을 움직이면 장의 움직임이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되고, 폐 아래쪽이 잘 펴져 폐렴 같은 호흡기 합병증이나 다리 정맥의 혈전(deep vein thrombosis) 위험을 줄이는 데도 보탬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조기 보행(early ambulation)'입니다. 문제는 이 걷기가 가장 불안정한 시기에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며칠 굶고 누워 있었으니 힘이 빠져 있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혈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져 눈앞이 하얘질 수 있으며, 진통제로 판단이 조금 무뎌지기도 합니다. 한 손은 수액 걸이를, 다른 손은 배액관 주머니를 붙잡고 링거줄을 피해 걸어야 하니 발밑을 볼 여유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뒤가 트인 신발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발뒤꿈치가 고정되지 않으면 걸음마다 신발이 조금씩 벗겨지고, 이를 잡으려 발가락에 힘을 주는 사이 걸음걸이가 흐트러집니다. 물기 있는 화장실 바닥, 살짝 턱이 진 문턱, 이동식 침대의 바퀴처럼 병동에는 걸릴 곳도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병동이 뒤꿈치가 감싸이거나 끈으로 고정되는 형태, 앞코가 막힌 형태, 바닥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신발을 권합니다. 특정 브랜드가 문제라기보다, 이 세 조건을 만족하는지가 기준인 셈입니다.

고를 때 함께 살펴보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신고 벗기 쉬운지입니다. 배 수술 뒤에는 허리를 깊게 굽히기 어렵고 상처가 당기기 때문에, 끈을 묶어야 하는 운동화보다 벨크로나 슬립온 형태가 편합니다. 긴 구둣주걱을 하나 챙기면 훨씬 수월합니다. 둘째, 크기입니다. 수액을 많이 맞고 나면 발과 발목이 붓는 경우가 흔하므로, 평소보다 약간 여유 있는 치수가 낫습니다. 셋째, 무게와 세척입니다. 가볍고 물로 닦아 말릴 수 있는 소재라면 화장실 출입 뒤에도 관리가 쉽습니다. 흔히 말하는 흰 실내화도 조건만 맞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밑창이 매끈해 미끄러지지는 않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병원마다 세부 규정은 조금씩 다릅니다. 중환자실이나 무균 병동, 수술 직후 회복 구역은 기준이 더 엄격할 수 있고, 어떤 곳은 미끄럼 방지 양말을 따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입원 안내문을 다시 읽어 보거나, 입원 전 상담 때 담당 간호사에게 "어떤 형태의 신발이 좋을까요"라고 한 문장 여쭤보는 것입니다. 미리 사 두었다가 못 신게 되는 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발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수술 뒤 처음 일어나 걷는 순간에는 반드시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앉은 자세로 잠시 머물러 어지럼이 가라앉는지 확인한 뒤 서고, 걷는 동안 식은땀이 나거나 눈앞이 흐려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그 자리에 앉아 도움을 청하십시오. 당뇨가 있거나 발 감각이 무딘 분이라면 상처가 나도 모를 수 있으니, 매일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를 한 번씩 살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좋은 신발은 회복을 대신해 주지는 않지만,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걷기'를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준비물과 활동 범위는 수술의 종류와 회복 상태, 병원 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