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이나 정밀검사 과정에서 서로 다른 장기에서 암이 동시에 발견되면, 많은 분이 가장 먼저 '암이 온몸에 퍼진 4기'라고 생각하며 크게 놀랍니다. 그러나 의료진이 검사 결과를 살핀 뒤 '이건 한 곳에서 번진 것이 아니라 각각 따로 생긴 암'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에게 서로 독립적으로 발생한 여러 암을 '다발성 원발암(multiple primary cancers)'이라 부르고, 비슷한 시기에 함께 발견되면 '동시성(synchronous)'이라는 말을 붙입니다.
전이(metastasis)와 원발암은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전이는 원래 생긴 암세포가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옮겨가 자란 것이라, 폐로 번진 위암은 조직을 떼어 보면 여전히 '위암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각각의 원발암은 그 장기에서 스스로 시작된 별개의 암이라, 폐에서 생긴 암은 폐암, 식도에서 생긴 암은 식도암의 특징을 각각 보입니다. 의료진은 조직검사에서 보이는 세포의 형태, 영상검사의 모양, 필요하면 분자·유전자 검사까지 종합해 두 병변이 '하나가 번진 것인지, 둘이 따로 생긴 것인지'를 구분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병기와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한 장기의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것이라면 대개 진행된 병기로 보아 전신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그러나 서로 독립된 두 개의 초기 암이라면, 각각을 따로 병기 매김하고 각각에 맞는 치료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두 암이 모두 초기이고 환자의 전신 상태·심폐 기능이 받쳐 준다면, 경우에 따라 한 번의 수술이나 단계적 치료로 두 곳을 함께 다스리는 선택지가 열리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암의 위치와 크기, 침범 깊이, 나이와 기저질환, 폐 기능처럼 수술을 견딜 체력 등에 따라 수술이 어려울 수도 있고, 항암·방사선 등 다른 치료를 먼저 고려하기도 합니다. 특히 식도 수술은 몸에 부담이 큰 편이라, 어떤 방법으로 어디까지 치료할지는 여러 진료과가 함께 상의해 개인마다 다르게 정합니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을 제거하고 추가 치료 없이 '추적관찰(surveillance)'로 들어가더라도, 정기적인 외래·영상검사·내시경은 계속됩니다. 이는 재발이나 새로운 병변을 이른 시기에 발견하기 위한 것으로, 대개 초기에는 몇 달 간격으로 보다가 시간이 지나며 간격을 넓혀 갑니다. 다발성 원발암을 겪은 분은 남은 장기에 또 다른 암이 생길 가능성도 함께 살피기 때문에 관찰이 더 꼼꼼할 수 있습니다. 검사와 검사 사이,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궁금함이나 새로운 증상은 메모해 두었다가 외래 때 담당 의료진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한 진단이나 치료를 권하는 것이 아니며,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본인이나 가족의 상황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