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는 동안 '오늘도 감사한 하루였다'고 적어 보려다가, 정작 몸은 무겁고 마음은 텅 빈 것 같아 펜을 내려놓게 될 때가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통증과 불안 속에서 억지로 감사를 쥐어짜는 일은 오히려 더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먼저 알아둘 것은, '감사'가 지금의 힘든 상황을 부정하거나 애써 밝은 척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감사(gratitude)는 이미 내 곁에 있는 작고 구체적인 좋은 것들을 잠시 알아차리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따뜻한 물 한 잔, 오늘 통증이 조금 덜한 오후, 안부를 물어준 사람처럼 사소한 것들이 그 대상이 됩니다. 힘든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 좋은 것도 함께 있음을 나란히 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런 감사 연습은 수면의 질, 기분,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다만 이것은 병 자체를 낫게 하거나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견디는 마음의 체력을 조금 보태 주는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시작은 아주 작게 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루의 끝에 딱 한 가지, '오늘 그래도 괜찮았던 순간'을 떠올려 한 줄로 적어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잘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오늘은 떠오르지 않았다'라고 적어도 됩니다. 매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규칙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면 감사가 또 하나의 숙제가 되어 버립니다.

이른바 '억지 긍정(toxic positivity)'을 조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슬픔, 두려움, 분노는 치료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그것을 '감사로 덮어야 한다'고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감사와 슬픔은 같은 하루 안에 함께 머물 수 있습니다. 오히려 힘든 마음을 먼저 인정한 뒤에 작은 좋은 것을 알아차릴 때, 그 감사가 더 진짜에 가깝게 느껴지곤 합니다.

만약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좋은 것도 떠오르지 않고, 흥미와 즐거움이 사라진 상태가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지침이 아니라 우울(depression)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감사 연습을 더 열심히 하려 애쓰기보다, 담당 의료진이나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의 증상, 치료 방향에 대해서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