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이나 배우자처럼 가까운 이가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항암 맞는 날은 멀쩡한데 다음 날부터 속이 뒤집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치료 당일에는 미리 맞거나 복용한 강력한 항구토제(antiemetic)가 작용하지만, 그 효과가 서서히 줄어드는 이튿날부터 구역질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치료가 끝나고 하루 이상 지나 나타나는 메스꺼움을 '지연성 구역(delayed nausea)'이라고 부릅니다.

구역·구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이해하면 도움이 됩니다. 치료 직후 몇 시간 안에 오는 '급성(acute)'과, 하루에서 며칠에 걸쳐 이어지는 '지연성'입니다. 시스플라틴(cisplatin)처럼 구역을 잘 일으키는 항암제나, 몸통·골반 부위 방사선이 겹치면 지연성 구역이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두 시기는 몸에서 작용하는 경로가 조금씩 달라, 한 가지 약으로 전부 덮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항구토제가 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로토닌(5-HT3) 차단제, 뇌의 구역 중추에 작용하는 NK1 수용체 차단제, 스테로이드, 도파민 차단제 계열, 그리고 올란자핀(olanzapine) 같은 약이 있고, 먹는 약·주사·붙이는 패치 등 형태도 다양합니다. 사람마다 잘 듣는 약과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효과가 좋았던 약이 다른 사람에게는 덜할 수도,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처방받은 약이 잘 듣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참고 견딜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치료가 잘못됐다는 신호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다음 외래나 전화 상담 때 '며칠째, 하루 몇 번, 언제 심한지'를 구체적으로 전하면 의료진이 약을 바꾸거나 두세 가지를 함께 쓰도록 조정할 수 있습니다. 또 구역약은 증상이 심해진 뒤보다 미리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을 때 더 잘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는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조금씩 자주, 미지근하고 냄새가 약한 음식을 택하고, 수분을 나눠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생강차나 살짝 신맛 나는 음식이 편한 분도 있습니다. 다만 물조차 삼키기 어렵거나, 하루 종일 토하고 소변이 확 줄며 어지러운 탈수 신호가 보이면 임의로 참지 말고 바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런 때는 수액이나 다른 약으로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약의 종류와 용량, 복용 방법은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